[팩트인뉴스=정다운 기자]지난해 삼성전자가 24년 만에 미국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왕좌를 꿰찼다. 하지만 축배를 드는 것도 잠시, 반도체 업계에서는 ‘차세대 메모리’를 양산 중인 미국과 ‘중국 굴기’에 대비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마이크론과 함께 ‘차세대 메모리’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중으로 인텔은 마이크론과 공동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 ‘3D 크로스포인트(X Point)’를 적용한 노트북용 ‘옵테인(Optane) 메모리’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新 반도체 시장 개척하는 인텔


기존 ‘D램’과 ‘낸드플래시’는 모두 미세공정 및 적층 난이도가 높아지며 기술적 한계에 거의 다다른 상황이다.


D램은 10나노미터(nm·1억분의 1m)급에 진입한 이후 미세공정 개발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며, 낸드플래시도 5세대 96단에 접어들고 있는 3D낸드의 적층 한계가 200단으로 여겨진다.


이에 차세대 메모리 개발과 신(新)시장 개척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인텔의 ‘차세대 메모리’ 행보는 인상적이다.


다른 업체들이 아직 기술 개발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인텔과 마이크론만은 한 발 앞서나가고 있는 것이다.


인텔은 속도가 빠른 대신 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날아가는 D램의 특성과, 속도는 느려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낸드플래시의 특성을 결합한 기술인 ‘차세대 메모리’ 기술 상용화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에게는 든든한 플랫폼도 있다. 인텔은 메모리만 공급하는 경쟁 업체들과는 달리 자사의 ‘옵테인 메모리’를 CPU(중앙처리장치)나 ‘자사 플랫폼’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들이 유지했던 초격차 전략이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용트름하는 中 반도체 굴기


위기 포인트는 또 있다. ‘중국 반도체 굴기’로 인한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 하락도 예고된 수순인데 이렇다 할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반도체 수출은 70%가 중국에 몰려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산 반도체 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골적으로 외국 기업들을 견제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31일 중국 반독점 당국이 중국에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을 상대로 반도체 가격 담합 조사에 착수한 것이 실제 그 사례다.


현재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에 불과하지만 중국은 우리 돈 167조원을 쏟아 부어 2025년까지 최대 70%까지 자급률을 높이려 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제재를 가할 경우 국내 업체들은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최근 중국의 반도체 업체들의 기술력도 눈부시게 발전 중이다. 최근 중국의 한 반도체 업체는 64단 3D 낸드플래시 시제품을 공개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초 3~4년 차이가 날 것이라 예상했던 기술력은 1~2년 수준으로 좁혀졌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까지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시장에서의 호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중국 메모리 양산이 본격화됨에 따라 한국이 이끌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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