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뉴스=남세현 기자]연일 ‘금융 소비자 보호’를 제창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사들에게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9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이를 직접 언급하면서 생명보험사들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업체별로 약관 및 분쟁조정 사유가 상이한데 총 8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것에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즉시연금을 미지급한 생명보험사들에게 ‘일괄 지급’을 주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시연금이란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내고 다음날부터 매달 연금처럼 보험금을 받는 보험상품으로,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을 나눠 받는 ‘종신형’과 매달 이자를 받다 만기 때 원금을 돌려받는 ‘만기환급형’이 있다. 이중 문제가 된 상품은 ‘만기환급형’이다.


생명보험사들은 만기환급형 가입자가 맡긴 금액의 일부를 사업비 등으로 제한 후 나머지 금액을 운용해 발생하는 수익으로 연급을 지급해왔다.


이에 대해 가입자들은 “이런 공제금액이 약관에 명시되지 않았다”며 “처음 맡긴 금액에 따른 연금을 줘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분쟁조정을 신청한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가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 산하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삼성생명 즉시연금 관련 분쟁조정에서도, 지난달 한화생명 즉시연금 관련 분쟁조정에서도 모두 “미지급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하며 가입자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지난 4월 금감원은 모든 생명보험사들에게 즉시연금 만기환급형 미지급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결정적으로 지난 9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감독 혁신과제’를 발표하면서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구제 방침을 밝혀 생보사들은 더 이상 핑계 댈 구석이 없어졌다.


총 20개의 생보사들이 즉시연금을 미지급했으며 관련 가입자와 규모는 각각 총 16만명, 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규모가 큰 생보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생명 5만5천명에게 4300억원 ▲한화생명 2만5천명에게 850억원 ▲교보생명 1만5천명 등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미지급금 규모가 최대 1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이달까지 보험사들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추가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요청에 따라 일괄 지급하겠다고 밝힌 생보사는 신한생명, 처브라이프생명, AIA생명 등 3개 생보사뿐이다.


이에 삼성생명은 이르면 이달 중 이사회를 열어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금감원의 요구에 바로 응하지 않는 것은 생보사들의 불만이 크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체별로 약관이 다르고 분쟁조정 신청 사유도 다른데 일괄적으로 지급하라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판매한 상품의 약관에 모호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분조위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지에 대해서는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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