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뉴스=남세현 기자]금융감독원이 주문한 ‘즉시연금 일괄구제’에 삼성생명이 불복한 것에 이어 사실상 한화생명까지 거부 의사를 밝혔다. 업계 1·2위인 생명보험사들이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함에 따라 생보업계 내에서는 즉시연금 일괄구제를 거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생보사들은 금감원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한화생명은 과소 지급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지급을 주문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거부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생명 측은 의견서에 “다수의 외부 법률 자문 결과 약관에 대한 법리적이고 추가적인 해석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불복 이유를 밝혔다.


앞서 과소 지급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지급 여부 결정 기한은 지난달 10일이었으나 한화생명은 법무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1개월을 연장한 바 있다. 연장한 기간 동안 한화생명은 태평양, 김앤장 등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를 완료한 뒤 즉시연금 지급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특히 한화생명의 경우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약관 관련 항목에 ‘만기보험금을 고려해 공시이율에 의해 계산한 이자상당액에서 소정의 사업비를 차감해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 삼성생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즉시연금 지급을 거부할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생명 즉시연금 약관에는 없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화생명 측은 “이번 불수용은 지난 6월 12일 분쟁조정 결과가 나온 민원에 국한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법원의 판결 등으로 지급 결정이 내려지면 모든 가입자에게 동등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험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한화생명이 사실상 금감원이 주문한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구제를 거부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액은 약 850억원으로 삼성생명(약 4300억원)에 이어 업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게다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생보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만큼 생보업계는 이들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었다.


한화생명이 불복 결정을 내림에 따라 업계에서 영향력을 가진 업체들이 불복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생보업계 전반적으로 금감원의 권고에 불복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계 1, 2위 업체들이 모두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면서 생보업계 전반적으로 금감원의 일괄구제 권고를 거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생보사들은 금감원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논란의 대상이 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낸 후 매달 이자를 받다 만기 때 원금을 받는 보험상품이다. 그동안 생명보험사들은 만기환급형 가입자가 맡긴 금액의 일부를 사업비 등으로 제한 후 나머지 금액을 운용해 발생하는 수익을 연금으로 지급해왔다.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삼성생명 가입자는 “이런 공제금액이 약관에 명시되지 않았다”며 “처음 맡긴 금액에 따른 연금을 줘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끝내 금감원은 가입자의 손을 들어줬고 삼성생명에게 즉시연금 일괄지급을 요청한 것이 ‘즉시연금 일괄구제 논란’의 배경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26일 삼성생명은 이사회를 개최해 약 5만5천명의 가입자에게 4300억원에 해당하는 즉시연금을 일괄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한 바 있다.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까지 금감원의 권고에 불복하자,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가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다음주 중 최근 일련의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의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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