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뉴스=김철우 기자]시중 은행들이 경기 불황 속 이자 장사로 약 20조원을 챙기며 손쉽게 순이익을 올렸다. 그런데 은행들은 이 돈으로 임직원 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는가 하면, 또 이들에게 과도한 복리후생을 제공했다.


19일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들 은행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4750만원이었다. 이는 각 은행의 평균 급여를 단순 합산한 뒤 은행 수로 나눈 결과로 삼성전자(4300만원)나 현대차(3700만원)의 상반기 급여를 상회하며, 작년의 상용근로자 평균 연봉을 가볍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작년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1인당 연봉은 4222만원이었다.


또한 이들의 상반기 급여는 단순 합산 평균치 기준 전년 동기(4450만원) 대비 300만원(6.7%) 늘어났다. 하반기에도 같은 급여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이들의 평균 연봉은 9500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된다.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부터 매년 10%안팎으로 급여를 인상하다가 2013년에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경제위기 때 공적자금의 도움으로 연명하던 은행이 예대금리차로 챙긴 큰돈으로 자기 배만 채우는 데 혈안이 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성과급 체계 개편을 통해 은행권 보수 인상률에 족쇄를 채웠다. 그러나 은행들은 그 뒤 인상폭을 조금씩 확대시켰고 급기야 이번에 올린 300만원이라는 금액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은행권 CEO들도 상반기에만 수억에 이르는 거액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은 올해 상반기 13억51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8억7500만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7억4800만원이었다.


아울러 이날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예대금리차로 벌어들인 돈을 직원들에게 펑펑 쏟아붓고 있었다.


KB국민은행은 임직원 자녀의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등록금을 100% 지원한다. 또 임직원 배우자의 일반 질병으로 인한 외래진료·약제비를 지급하고, 자녀나 부모의 병원비가 30만원을 넘어서면 초과금액을 연간 1400만원 한도 내에서 내주기까지 한다.


KEB하나은행은 임직원 자녀의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등록금에 더해 유치원 학자금까지 지원한다. 또 임직원 본인과 가족의 병원 치료비의 실비를 내준다. 이밖에 헬스장, 골프장 등 운동시설 이용요금을 대납해주기도 한다.


명예퇴직금 역시 일반 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지급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엔 7억원을 받은 경우도 나왔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고용을 줄이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민·신한·우리·하나 4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직원 수는 전년(6만1754명) 동기 대비 2163명 줄어든 5만9591명이었다.


박용진 의원은 “금융소비자들은 금리상승기 이자 부담에 분통을 터뜨리는 상황인데도 은행들은 최대 실적을 통해 사실상 복리후생 잔치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 직원 복지 증대는 유능한 인재를 끌어모으고 은행 경쟁력을 높인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은행이 고용을 늘리지는 않고 매년 대규모 명예퇴직, 부진한 청년 고용을 반복하기에 문제”라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독과점 내수 산업인 은행들이 사회적 기여 일환으로 고용이라도 늘려야 하는데 계속 줄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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