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27일 미 워싱턴주 시애틀의 아마존고 가게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아마존은 1월22일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계산대가 필요없는 점포를 시애틀에서 처음으로 개장한다. 아마존은 이미 1년여 전에 이러한 점포 구상을 밝혔지만 계속 지연돼 오다 1월22일 마침내 개장하게 됐다.

[팩트인뉴스=김철우 기자] ‘애플, 아마존 주가 역대 최고’. IT기업에서 일하는 A씨(35)는 올해 6월 아마존 주식을 샀다. 미국 경제가 강세인 반면 국내에서는 대외 악재 등으로 대장주들의 주가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에 환율과 세금을 감수하고 지지부진한 국내 주식보다 활황기에 있는 미국 증시의 아마존에 베팅했다. 1665달러에 샀던 아마존 주식은 석 달 사이 2000달러를 상회하며 20% 넘는 수익률을 가져다줬다.


과거 해외주식 투자는 해외 출장이 잦은 사람들, 외국 주재원과 같은 자산가들만의 영역이었지만 최근에는 개인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 해외주식에 투자해 이익을 본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가 퍼진 것이다. 국내 주식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 거래 시스템 개편 등의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해외 주식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연간 해외주식 결제금액 9월 현재 이미 역대 최대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4일까지 매수와 매도를 합한 해외주식 거래금액은 232억 달러(25조8412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주식 거래금액은 지난 2014년 81억 달러에서 2015년 140억 달러에 달한 뒤 지난해 말에는 227억 달러까지 늘었다. 3년 만에 3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올해에는 이미 지난해 결제금액 돌파를 눈 앞에 둔 상태다.


올해 거래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미국(152억8478만 달러)으로, 전체 거래금액 중 66%를 차지했다. 이어 ▲홍콩(40억7911만 달러·17.6%) ▲일본(13억6431만 달러·5.9%) ▲중국(11억8033만 달러·5.1%) 순이었다.


국내 투자자들의 결제 대금 기준 상위 10개 해외 기업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대표 기업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1위는 아마존(14억3079억원)이 차지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주가는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2039달러 51센트로 장을 마감하며 시가총액 99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1조 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아마존 주가는 올해에만 70% 이상 올랐고 1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상승했다. 관련해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아마존의 목표주가를 주당 1850달러에서 2500달러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2위는 뉴욕 증시 상장 종목 알리바바그룹홀딩ADR이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알리바바그룹홀딩ADR와 관련해 결제한 거래 금액은 8억9720만 달러였다. 이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차이나 AMC CSI 300 인덱스 상장지수펀드(ETF)’,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홀딩스가 각각 3위, 4위를 차지했다.


지지부진한 한국 증시, 훨훨 나는 미국 증시


올해 해외 주식투자가 급증한 것은 무엇보다 국내 주식보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초에 ‘3000까지 간다’던 코스피 지수는 최근 대내외 악재로 인해 조정기에 접어들었다. 현재 코스피 지수는 연고점 대비 11.8% 하락한 상태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는 활황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증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와 소비심리 개선으로 인한 기업 이익 증가,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등의 요인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철식 미래에셋대우 WM 강남파이낸스센터 이사는 “최근 2,3년간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미국 경기 고점도 202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자들이 FANG이나 플랫폼에 기반을 둔 4차 산업 기업 중에 익숙한 기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며, 아마존, 넥플릭스, 애플, 구글 등을 장기적인 목적으로 사들이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서는 4차 산업, 특히 신기술 관련해서는 미국 같은 선진국에 밀려 있고 경제성장률도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 주식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세계 경기가 안 좋아졌을 때 달러가 안전자산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자산가들의 경우 양도소득세는 내야하지만 종합금융과세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주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자산가들은 세제 혜택과 리스크 헤지 역할을 할 수 있는 환차익을 염두에 두고 해외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해외주식 매매차익은 매년 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있다. 여기에 최근 달러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미국 증시가 하락하더라도 환차익을 통해 손실폭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와 관련, 김범근 유안타증권 골드센터영업부 차장은 “최근에는 정보에 빠른, 오히려 연령층이 낮은 사람들이 해외 주식 직구를 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자산가들은 몇 천만원 수준으로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위탁하고 있다. 대부분 미국 시장을 위주로 하고 직접 주식 투자가 힘든 부분은 ETF쪽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주식 저변 확대 나서는 증권사들


현재 증권사들은 ‘해외 주식 수수료 무료’, ‘환전 수수료 할인’등을 앞세운 해외주식투자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으로 해외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과 중국, 홍콩, 일본 등으로 국한됐던 국내의 해외 주식투자는 유럽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거래 확대를 통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려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 입장에서 해외 주식을 중개할 경우 거래 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거둬들일 수 있고,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한화를 미국 달러화,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등 현지 통화로 바꿔 투자하는 과정에서 환전 수수료도 챙길 수 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상품 라인업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다”며 “해외주식 플랫폼을 깔아두면 개인들이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는 도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비용이 크지 않다면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투자자 입장에선 해외 주식은 종목의 변동성, 환율의 변동성에 노출되고 미국 시장의 경우 우리나라와 시간이 반대라는 점도 제약 요인”이라며 “대안 투자의 일환으로 해외에 눈을 돌린다면 여유 자금으로 우량한 주식을 골라서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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