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뉴스=김철우 기자]해외주식 거래를 하고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주식매매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허점은 지난 5월 유진투자증권의 ‘유령주식’ 사건을 보면 단적으로 드러난다.


해당 사건은 개인투자자인 A씨가 지난 3월 27일 유진투자증권을 통해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중 하나인 ‘프로셰어즈 울트라 숏 다우 30’ 665주를 매수하면서 시작됐다. 이 상품은 지난 5월 24일(현지시각) 미국 증시에서 4대 1로 병합됐다. 이에 따라 A씨가 보유한 주식은 665주에서 166주로 줄었어야 했고 주당 가격은 8.3달러에서 33.18달러로 올랐어야 했다.


그러나 25일 A씨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A씨가 이 주식을 655주 보유한 것으로 표기했고, 이때 주당 가격은 33.18달러였다. 이에 A씨는 가격이 4배 뛴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전량 처분해 약 17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499주의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시장에 팔린 것이다.


뒤늦게 사실을 파악한 유진투자증권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초과 매도된 499주를 시장에서 사들인 뒤 A씨에게 499주에 대한 차익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A씨는 유진투자증권의 실수라며 이를 거절했다.


증권사들은 이 사고의 원인으로 한 증권사의 착오가 아닌 해외주식 매매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목하고 있다. 그것은 한국예탁결제원의 해외주식 예탁 시스템이다.


국내법상 현재 증권사들은 개인의 해외주식을 예탁원에 ‘집중 예탁’ 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예탁원은 증권사들이 맡긴 개인의 해외주식에 대한 권리 변화를 증권사들에게 뒤늦게 알려주는 경우가 많았고, 오히려 증권사에서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파악한 해외주식에 대한 권리 변화를 예탁원에 제보하듯이 알려주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는 전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는 현지 투자자보다 한 발 늦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에 증권사들은 예탁원이 해외주식의 권리 변화를 제 시간에 알려주고, 우리나라의 개인 투자자가 현지 투자자와 동일한 시간에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외주식 예탁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수년 전부터 요청해왔다.


그러나 예탁원은 해외증권시장에서는 자신들이 차지하는 위치가 다른 증권사와 같은 시장 참가자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이러한 시스템 개선 작업을 미뤄왔다. 그런 위치로 말미암아 미국 중앙예탁기관(DTCC) 등 해외 예탁원이 예탁원에게 주식 병합 여부만 통보할 뿐 정확한 날짜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예탁원도 주식권리 변화 날짜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없고 그저 전달하는 입장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예탁원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총생산(GDP) 12위 나라의 개인 해외주식 거래를 모두 예탁받고 있는데 해외 수탁은행과 교섭력이 크면 컸지 적겠냐”며 “예탁원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해외주식 예탁·결제 수수료만 챙길 뿐 해외 수탁은행에 주식 권리 변화 내용을 신속히 알려달라는 정당한 권리 요구조차 수용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예탁원이 제때 주식 권리 변화 내용을 통지해주지 않으니 증권사들이 정보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는 블룸버그, 로이터 등 해외 통신사들의 기사에 의존해 수작업으로 시스템에 반영하고 있는데 저희가 직접 현지 수탁사를 골라 계약을 맺으면 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예탁원은 기관의 존재의 이유를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한다”라고 짚었다.


또 일부 대형 증권사를 이용하는 투자자를 제외하면 현재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주식의 권리 변화가 있을 경우 2~5일간 거래가 정지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 등 해외에서 해외주식의 병합 또는 분할이 있을 경우 현지에서는 거래정지 없이 실시간으로 반영돼 거래가 유지되지만 한국에서는 거래가 2~5일간 정지된다. 이러한 구조 탓으로 주식의 분할과 합병과 같은 대형 이슈로 주가가 급등락 하더라도 국내 투자자들은 평소처럼 온라인으로는 대응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최소한 현지 투자자들과 같은 시각에는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예탁원이 시스템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관련해 C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더 다양한 해외주식 매매 기회를 열어주고 싶지만 지금과 같은 불안한 예탁시스템에서는 보수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수밖에 없다”며 “법적으로도 그렇고 효율성 측면에서도 예탁원이 주식 권리 변화 정보를 일괄적으로 파악해 증권사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다”라고 전했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수년간 증권사들이 예탁원에 해외주식 예탁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지만 예탁원은 뒷짐을 진 체 외면했다”며 “개인들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시스템 개선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진단했다.


한편, 예탁원 관계자는 “유진투자증권 사고로 금감원이 얼마 전 유진투자증권과 예탁원의 현장검사를 마쳤고 다른 증권사의 해외주식 매매 시스템도 파악 중이라고 알고 있다”며 “금감원이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면 거기에 맞춰 시스템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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