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뉴스=임준하 기자]국제 해사기구(IMO)가 2020년 환경 규제 강화를 예고해 관련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IMO는 지난달 13일에 끝난 제72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72)에서 2020년부터 고유황 함유 연료유를 선박으로 실어 나르는 것을 금지하는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7/378)의 개정안을 승인했다.


이 개정안에는 2020년까지 선박 연료유로 사용되는 황 함유량이 3.5%에서 0.5%로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규제가 적용되면 고유황 정유를 사용하던 선박들은 선박에 탈황장치를 추가하거나 저유황유로 연료를 바꿔야 한다. 아니면 황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은 LNG(액화천연가스) 추진선을 추가로 발주해야 한다.


이에 조선업계는 오랜 불황 탈출의 호재로 여기는 반면 해운업계는 추가부담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수주절벽에 시달렸던 조선업계, 오랜만에 호재 맞아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사들은 우선 신규 수요 증가가 예상돼 반기는 분위기다. 탈황장치 설치나 LNG 추진선 신조 모두 조선업계에는 호재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유해물질을 최대 99%까지 제거하는 스크러버(탈황장치) 개발을 마치고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선사들이 스크러버를 설치하기 보다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은 LNG 추진선을 추가로 발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인 영국의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IMO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시장이 2020년까지 11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정부도 ‘LNG 추진 선박 연관 산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LNG 추진선 도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공개된 ‘SMM 해사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선주사 10곳 중 4곳 정도(44%)는 신규 발주 시 LNG 추진선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NG 추진선은 엔진룸의 설계 변경과 LNG 연료탱크공간의 확보, 화물 적재량과 공간의 변화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디젤엔진 선박을 건조하는 것보다 작업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3사는 LNG선 관련 기술에 우위를 가지고 있어 향후 LNG 추진선 수주 확대에 기대를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42척의 LNG 추진선이 발주됐고, 8척이 추가 발주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사들이 이중 37척의 LNG선을 수주했다. 지난해 LNG 추진선의 발주량은 17척에 불과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스크러버 장착의 경우는 이미 신규 수요가 많이 늘어난 상태”라며 “LNG 추진선도 신규 발주가 늘어날 경우 국내 조선사들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저유황유?탈황장치?LNG추진선 놓고 골머리


이에 반해, IMO의 규제에 직격탄을 맞게 된 해운업계로서는 비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규제 대비 방안을 놓고 손익계산에 분주한 상황이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이 140여개 선사를 대상으로 선박연료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44개사가 LNG 추진선 발주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36곳은 혼합연료 사용, 39개사는 선박용 디젤 등 친환경 연료 사용, 21개사는 탈황장치 설치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해운업계는 2020년 IMO규제를 대비해 저유황유 사용을 늘리는 분위기다. LNG 추진선 발주나 탈황장치 장착에는 초기비용 부담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장 쉬운 대안인 저유황유 사용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다만 저유황유가 기존 벙커C유 대비 50%가량 비싸기 때문에 장기적인 방안은 못 될 것을 보인다.


기존 선박에 탈황장치를 설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 6월 포스코는 자사의 원료를 수송하는 벌크선에 스크러버를 설치할 계획을 밝혔다.


현대상선은 지난 4월 신규로 발주한 컨테이너선 20척에 황산화물 배출 저감 장치를 설치했다. 폴라리스쉬핑 역시 현대중공업에 건조를 맡긴 15척의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할 계획이다.


5000~7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의미) 컨테이너선에 스크러버를 설치하려면 한 척당 500~700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치 동안 선박 운행을 못하는 것도 해운업체로서는 큰 부담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당장 신조 발주를 하기보다 현재 선령이 오래된 선박들에 저유황유 도입이나 스크러버 설치로 대응하다 이를 폐선할 때쯤이면 LNG 추진선 등의 신조 발주량이 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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