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뉴스=남세현 기자]국내 재계 순위 1위를 달리는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연기금 순매도 1위 종목으로 전락했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연기금의 최선호주이자 단골 순매수 1위를 달렸던 것이 무색하게, 장기투자자인 연기금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5일 누적기준 연기금이 1조 4653억원(보통주 1조 3754억원, 우선주 899억원)어치를 순수하게 팔아치우면서 올해 연기금 순매도 1위 종목이 됐다. 연기금은 올해 4월을 제외하고 매달 삼성전자를 대량 매도해 왔다.


1월부터 3월까지는 매달 연속해서 2000억원 가량을 팔았으며, 6월과 7월에도 연속해서 약 2000억원 정도를 순매도했다.


지난 5일 기준으로 특자주체별 매매동향을 보면 외국인(순매도 4조561억원)을 제외하고 국내 기관 가운데 연기금이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내다 판 것으로 확인됐다. 연기금이 외국인을 제외하고 두 번 째로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지난해에도 연기금은 삼성전자(보통주와 우선주 합산)를 총 1조 7828억원을 내다팔아 연기금 순매도 1위 종목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연기금의 삼성전자 순매도 규모는 역대 최대였는데, 올해 5일 누적기준 순매도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2895억원을 초과함으로서 지난해 기록을 갱신했다. 이렇게 연기금이 삼성전자를 2년 연속해서 순매도 1위에 올린 것은 처음이다.


연기금은 주식시장에서 장기투자자로서 증시의 버팀목을 하고 있다. 때문에 연기금의 삼성전자의 순매도는 주가 하락이라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도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액면분할과 3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 실적에도 심각한 주가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20일 주가가 52주 최저치를 갱신하며 전고점 대비 20% 넘게 추락하자 소위 ‘베어마켓(bear market)’에 진입했다. 여기다 더해 삼성전자가 연기금의 단골 순매수 1위 종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기금의 최근 순매도는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의 통계가 시작된 지난 1999년 이후 20년간 삼성전자는 연기금 순매수 1위 종목에 10번이나 기록했으며, 순매수 2~4위에 오른 것도 3번이나 될 정도로 최선호주였다.


물론 이전에도 삼성전자가 연기금 순매도 1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 2009년 발생했던 글로벌 위기 때 연기금은 삼성전자를 총 1조1452억원(보통주 1조811억원, 우선주 641억원)어치 내다 팔았다. 이어 8년만인 지난해 또다시 삼성전자가 연기금의 순매도 1위 종목이 된 것이다. 심지어 순매도 규모는 지난 2009년 기록을 넘어선 상황이다.


연기금은 단기 차익이 아니라 안정적인 장기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매매동향은 국내 증시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일시적인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펀더멘털에 기초해 가치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다른 투자자들과 크게 구별되기 때문이다.


그런 연기금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알아주는 최고의 기업이자, 국내 시가총액 1위를 달리는 삼성전자를 2년 연속 대량 매도하면서 순매도 1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에는 삼성전자 주가가 41.1% 급등해 연기금이 포트폴리오 조정 및 차익실현 차원에서도 매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올해의 경우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약세를 이어나감에도 저가 매수를 통한 주가 하락을 막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여기다 더해 최대 규모의 순매도에 나서면서 주가 하락에 부채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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