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뉴스=김준하 기자]지난해까지 희귀병으로 진단 받은 환자가 5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환자들의 절반은 병을 진단받는 데만 1000만원 이상의 의료비를 부담하는 등 여전히 막대한 치료비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질병관리본부 의뢰로 가천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진행한 ‘국내 희귀질환 현황 분석 및 지원 개선 방안 도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사망자 25만3227명을 제외한 희귀질환자 수는 50만132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23만8687명에서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누적 유병자수도 2002년 2589명에서 2008년 23만8687명, 2010년 31만4681명, 2013년 41만8220명, 2016년 52만970명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희귀질환은 감염병처럼 다른 요인에 의해 발병자가 늘어나는 질환이 아니므로, 이같은 증가세는 의학적 기술이나 유전자 검사 기술 등이 발달해 드러나지 않았던 환자들이 명확히 진단을 받게 되면서 숫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927개 희귀질환 목록을 마련했다.


희귀병질환자들은 병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의료비 부담 가중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도 함께 겪고 있었다.


희귀병은 환자 수가 적어 연구가 원활히 이뤄지기 힘들고, 치료방법도 일반적이지 않아 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환자 17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증상이 나타난 시점부터 진단되기까지 발생한 의료비를 보면 전체 45.0%(768명)가 1000만원 이상 의료비를 지출했다고 답했다.


이 중 19.6%(335명)은 진단받기까지 3000만원 이상의 의료비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발생한 의료비로 범위를 좁혀도 14.9%(254명)는 1000만원 이상 의료비를 지출했으며 진단 후 1년간 1000만원 이상 의료비를 부담한 경우도 37.1%(633명)나 됐다.


이들 중 25%는 건보가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로 한해 400만원 이상을 지출했으며, 재활 등 치료보조적인 방법에도 일년동안 200만원 이상을 사용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들 환자 대부분은 생활이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라는 것이다. 한 해 가계수입이 2400만원 미만인 희귀병 환자들은 576명으로 전체 조사대상의 33.78%에 달했다.


환자 중 22.2%(378명)는 가계 생계비에서 40% 이상을 희귀질환 치료에 사용했다.


심지어 4.7%(81명)는 가계 전체 생계비의 80~100%를 고스란히 치료하는 데 집중해야 했다. 조사에 응한 이들 중 70명(4%)은 “지난 1년간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한 적이 있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희귀병은 의학적 필요 여부를 확정하기 어려운 항목이 많아 예비급여에서 급여로 전환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예외적으로 본인부담에 상한선을 두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희귀병 환자에 대한 간병 비용을 건보 또는 정부 예산을 통해 지급할 필요가 있고, 특수식품 등 비의료적 항목이지만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예비급여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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