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이 살을 에는 듯한 한파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한 까닭은 제주 7대 자연경관 사건의 진실을 밝힌 노조 간부의 해고에 사측의 ‘보복성’ 측면이 짙게 배어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복성 조치 VS 정당한 징계
7일 KT(회장 이석채) 등에 따르면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은 구랍 20일 징계출석을 통보받은 뒤 그로부터 11일 후 해임통보됐다.
KT 측은 이 위원장의 해고가 무단결근과 무단조퇴 등 복무에 관한 규정을 어긴 것에 대한 정당한 징계라고 설명하는 반면, 새노조와 민주노총 측은 제주 7대 경관사건 의혹 제기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항변해 입장이 엇갈렸다.
이 위원장은 앞서 지난해 2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캠페인’에 제휴 통신사로 참여한 KT가 ‘가짜 국제전화’로 투표를 이끌어 부당이득을 편취했다고 폭로해 화제의 인물에 오른 바 있다.
그는 폭로 당시 KT 측이 투표에서 001로 시작하는 국제전화를 사용했지만, 해외전화망 접속 없이 국내전화망 안에서 신호처리를 종료하고도 소비자들에게는 국제전화요금을 청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KT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발끈했지만, 감사원이 KT의 법규 위반을 확인해 방송통신위원회에 과태료를 부과하라고 통보하면서 이 이원장의 폭로를 사실상 뒷받침했다. 또 시민단체로부터 올해의 양심선언자, 공익제보자로 선정돼 상을 받는 등 폭로 이후 화려한 스타로 일약 발돋움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최근 제주 7대 경관사건 폭로에 대해 “고발은 짧고, 고생은 길다”고 소회했다.
이번 해고가 폭로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판단한 이 위원장은 사측의 “무단결근 및 무단조퇴”로 인한 해고 사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이 작성한 자신의 근무일지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0월 14일 KT민주동지회 체육대회에서 극심한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다음날 병세가 더욱 악화되자 이 위원장은 관리자인 정모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연차휴가를 신청했다. 공익 제보 이후 발령지가 가평으로 바뀌면서 자택인 안양에서 출퇴근 시간만 5시간이 소요된 이 위원장이 출퇴근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한의원의 진단서와 함께 병가 신청을 낸 것.
이에 정 팀장은 “진단서가 사규에 부합하지 않고 병가승인의 신빙성 있는 근거로 삼기 어렵다”며 “출근 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병가 신청을 거절했다.
이 위원장은 현재로써는 출근이 어렵다며 사규에 부합하는 진단서 제출을 요청했으나 사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상급기관의 한 관리자로부터 “입원을 하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형외과 입원 뒤에도 사측으로부터 ‘출근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아들자 이 위원장은 입원진단서 및 추가진단서 제출로, 사측은 병가 미승인으로 출근할 것을 수차례 지시하며 팽팽히 맞섰다.
달이 바뀌어 11월 7일 정 팀장이 업무복귀 지시를 내렸고, 이에 이 위원장이 12일 정상 복귀를 약속하면서 ‘무단결근’ 사건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시민단체로부터 공익제보자로 선정됨에 따라 조퇴 처리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불허 통보를 받으면서 문제는 또 다시 불거졌다.
12월 5일과 6일, 두 시민단체의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1시간 일찍 퇴근한 것이 ‘무단조퇴’ 처리 되면서 같은 달 20일 무단결근과 무단조퇴로 인해 징계출석을 통보받았고 31일 정식 해임처리 됐다.
이 위원장은 징계위원회 출석 당시를 “상당히 요식적인 느낌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무단결근과 무단조퇴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지만 추가적 질문조차 없었다”며 “해임 결정은 신속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해고가 결정된 다음 날인 계사년 새해 이튿날, KT지부가 속해있는 민노총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KT가 이 위원장을 해고한 표면상의 이유는 무단결근과 무단조퇴로 인한 것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병원에 입원한 후 통원치료를 받은 것을 무단결근으로 처리하고 시민단체의 수상식 참여를 위해 평소보다 1시간 일찍 퇴근한 것을 무단조퇴로 처리해 징계를 강행한 것으로 명백한 보복해고”라고 KT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한 차례 KT가 이 위원장의 근무지를 가평으로 인사조치 하면서 불이익을 내린데 이어 또다시 해고 조치를 내린 까닭은 명백히 ‘공익제보에 대한 보복’에 있다는 지적이다.
민노총은 이 위원장이 무단결근과 무단조퇴를 막기 위해 내규를 따랐지만, 사측이 이 위원장의 결근처리를 위해 억지를 피우고 고의적인 징계 구실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KT가 불법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노동자를 해고조치 했다는 논란에 빗대 이번 해고 사건이 공익제보에 대한 보복해고인 동시에 그 방식에 있어서는 강제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적용한 계획된 부당노동행위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아울러 이번 해고가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경제민주화 요구에 숨죽이던 대기업들이 일제히 노동탄압을 자신 있게 실행에 옮기는 일련의 노동탄압 사건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이자 “제주7대 경관 사건의 진실을 밝힌 것에 대한 보복해고”라고 주장한 뒤 “KT의 이번 행동에 대한 대응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새 정부를 향해 해고의 부당성을 호소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 구성 당시 ‘낙하산 인사’ 관행을 비판한 것에 기대감을 표하며 “MB 낙하산의 소굴인 KT의 경영에 보다 진지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강력 요청했다.
하지만 KT측에서는 이 위원장의 해고 건이 ‘정당한 징계’이자 위원회에서 이미 결론이 난 인사 조치이기 때문에 복직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KT관계자는 “지금까지 회사가 판단한 사실관계에 따라 이 위원장의 복직가능성은 없다”며 다른 사실관계가 나오기 전까지는 번복 계획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는 이 위원장의 해고가 보복성 조치로 풀이되고 있는 것에 대해 “회사의 잘못을 폭로하는 것은 용감한 일이자 훌륭한 일이다”며 “하지만 폭로건 자체가 사측에서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폭로 문제를 차치하고서 무단결근 및 무단조퇴의 복무 상황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해고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관리자의 승인 없이 무단결근을 한 달 가까이 했다. 업무일수로는 19일이다. 이 상황에서 복무에 관한 규정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되물으며 “회사에서 문자를 보내고 내용증명서를 보낼 때 일체응답을 하지 않고 진단서만 제출한 상황에서 회사를 나오지 않았다. 어떤 일반 사원이 복무권자에게 진단서만 내놓고 회사를 안 나오겠느냐. 복무권자의 정당한 승인 없이 회사를 나오지 않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이번 사안의 본질이 ‘절차적 문제’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 위원장이 사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상태에서 (폭로 사건을) 매듭지었다면 좋았을 테지만, 복무 문제로 해고처리가 돼 두 사건이 엮이게 된 것 같다”고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이렇듯 한 가지 사안에 대한 입장을 놓고 사측과 이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측 입장이 분명하게 엇갈리면서 갈등의 불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 위원장은 우선 7일부터 박 당선인과 인수위원회 앞에서 ‘제주7대 경관 국제전화 사기 사건과 그에 연이은 보복조치’ 등을 포함한 KT경영을 문제 삼는 1인 시위를 진행중이다. 목표는 박 당선인과의 면담을 통한 자신의 해임 철회와 세계 7대 경관 선정 관련 재조사다.
이에 박 당선인의 대기업을 향한 칼날이 KT 측을 향할 지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