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전 10시께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전수찬 이마트 노동조합 위원장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의 노무관리는 폭력 혹은 회유라는 전통적 노무관리보다 더욱 악질적인 방식”이라며 “일개 기업이 자신의 직원들을 무차별 사찰하고, 문제 직원으로 낙인찍은 사람에 대해서는 갖은 불법적 방법을 이용해 회사에서 몰아냈다”고 폭로했다.
이들의 기자회견은 민주당 측이 이마트의 ‘노무관리 내부자료’를 입수하고 분석한 뒤 열린 첫 번째 기자회견으로 ▲MJ・KS・KJ・OL 등 사내 인력 분류, ▲MJ사원에 대한 부당 해고, ▲사원 불법사찰, ▲민주노총/한국노총 가입여부 조회, ▲‘불온서적’ 소지자 적발 등을 폭로내용에 담았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 등은 이 자리에서 이마트의 노무관리에서 발견된 가장 큰 문제가 “동료를 배신하게 만드는 데 있음”을 지적하며 “이마트는 직원들에게 상품을 팔라고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동료를 회사에 팔아넘기라고 강요하는 파렴치한 기업”이라고 질타했다.
내부문건에 따르면, 이마트 내 임직원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처우개선에 반영키 위해 만들어진 ‘기업문화팀’은 사내인력을 MJ(문제)・KS(관심)・KJ(가족)・OL(오피니언 리더) 사원 등으로 구분했다.
이들은 회사에 불만을 갖고 있는 사원을 정도에 따라 구분해 MJ와 KS로 나누고 회사에 협력적인 사원은 KJ로 분류했다. 또 인지도가 높고 영향력이 있는 사원은 OL로 별도관리 했다.

문건에서 ‘노사문제 사전제거 및 사전징후 조기파악을 통한 안정적 조직 운영’이라고 사원 관리 목적을 밝힌 것을 보면 이마트의 이같은 인력 구분이 복수노조에 대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04년 12월 21일, 이마트 수지점에서 조합원 23명으로 노조가 설립된 이후 ‘복수노조 대응전략’이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지점 노조는 탈퇴 강요와 해고 등으로 무산됐지만, 사측은 향후 설립될 복수노조를 사전 봉쇄키 위해 MJ인력에 대한 분류 및 조치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이에 기업문화팀이 2011년 3월에 작성한 문건을 통해 복수노조 대응전략을 세웠다.
기업문화팀에 의해 선정된 MJ사원 중에는 전수찬 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월마트 출신 3인이 ‘최대의 적’으로 분류됐다.
MJ 3인방에 꼽힌 이들은 사측으로부터 ‘무차별 사찰’을 당했으며 그들과 친분이 있는 인력 역시 사측의 관리 범위에 들어갔다.
2011년 6월 14일 기업문화팀의 이모 과장은 ‘월마트 3인방 친밀도’를 파일로 정리한 자료를 메일로 보내며 “저희의 최대 적인 월마트 3인 및 이와 친분이 있는 인력에 대한 히스토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이들이 (노조)세력을 결집한다고 하면 징계나 해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첨부파일에는 월마트 출신 MJ 3인과의 친밀 관계도가 다양하게 분류됐으며 이를 통해 향후 지속적 관리가 필요함을 요청했다.
MJ 3인방은 회사의 우려(?)대로 2012년 10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을 상급단체로 하는 노조를 결성했으나 3인 중 2인이 ‘무단결근’ 등을 이유로 한 달 뒤 징계해고 됐다.
그러나 MJ사원 관리만으로 사측의 복수노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진 않았다.
문건에 따르면 사측은 협력사 직원을 포함한 이마트 전직원(정규직 1만6000명, 협력사 5만여명)을 대상으로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 한국노총 등의 홈페이지 가입여부를 조회했다.
기업문화팀은 직원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 회원가입 여부를 확인했고, ‘상기 내용이 절대 사원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보안을 유지했다.
‘검증’을 통해 양대 노총 사이트에 가입됨이 알려지면, 해당 사원을 물량이 많은 점포로 배치하거나 오배송 발생 등 어려운 상황을 발생시켜 자연스러운 퇴사를 유도토록 하는 4단계 방안을 지시했다.



기업문화팀 이 과장은 신도림점 A사원의 여자친구가 민주노총 사진기자임을 파악한 뒤 그녀의 출신학교와 경력, 그들의 교제시기 등을 ‘긴급’ 보고 했다.
또한, 기업문화팀 구모 과장은 송림점 즉석조리에서 일하던 수습사원 B씨가 근무조건이 열악해 퇴사한다는 글을 네이버 취업카페 ‘독취사’에 올리자 인적사항을 조회한 뒤 부적격자로서 불합격 판명을 내고, 지각 3회로 사유서를 받아 불합격함이 어떠냐고 보고했다.
더욱 경악할 만한 것은, ‘전태일 평전’을 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협력사원들에 대해 퇴점 및 순환 근무 조치가 필요함을 의견으로 내렸다는 것.
사측은 부천점 내 물품 보관 상자에서 ‘전태일 평전’이 발견되자 이를 ‘불온서적’으로 규정했다. 또, 책 소유자를 찾기 위해 해당 협력업체 사장을 부르고 시식코너서 근무하는 단기 노동자들을 조사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소유자를 찾지 못한 사측은 시식코너에서 일하던 단기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향후 전반적・주기적인 점검을 실시해 협력사원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이에 기자회견을 연 민주당 의원과 전수찬 노조 위원장 등은 “이마트는 유통 할인마트인가, 민간사찰기관인가”라면서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기본 권리를 이토록 무시하고, 노동자들 스스로를 서로 감시, 사찰하게 만드는 기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헌법에 보장된 자유권, 인격권을 유린하고, 노동기본권까지 말살하는 이마트의 노무관리 행태는 즉각 철저히 조사하여, 엄단에 처해야 한다”며 관련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반면, 이번 폭로에 이마트 측은 곧장 허인철 대표이사의 이름으로 해명입장을 내고 문건은 사실이나 ‘시나리오’일 뿐이며 사측에서 진행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허 대표는 “유출된 대부분의 문건들은 2011년 7월 1일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노・사, 노・노간 갈등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기업문화팀 주관으로 다양한 상황별 시나리오를 만든 자료 가운데 일부”라고 설명하며 민주당 측에서 폭로한 문건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허 대표는 다만 “일부 문건의 경우 해당 권역 담당자가 본인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다소 과도한 업무를 진행한 부분도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며 시나리오가 실행되지 않았음을, 직원 개개인의 과도한 판단임을 주장했다.
이마트는 이번 사안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하며 “회사차원의 철저한 자체 조사와 감사를 통해 관련자 문책 및 징계를 진행 할 것과 향후 임직원 개개인의 자의적 판단으로 회사의 방침과 다른 업무진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구조적인 문제점을 근본부터 해결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사측의 해명과 자체 감사 진행 여부에도 불구하고 이마트에 불거진 ‘노조 탄압’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마트의 부당노동행위’가 다뤄지자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마트 사태는 대단히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다”며 “특별근로감독으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지게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렇듯 고용부장관이 이번 사건을 ‘사태’로 표현하고, 정치권에서 이마트 외에도 신세계까지 조사 대상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에 비쳐봤을 때 강도 높은 근로감독 조사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불법사찰’ 내부문건 폭로로 신용도가 떨어진 이마트에 또다른 의혹을 여는 문건이 등장했다.
17일 한 언론사는 이마트의 ‘외부추천 입사자 현황’(2008년 작성) 문건을 입수하고 구학서 신세계 회장의 추천을 받아 입사한 7명의 경력 직원과 계열사 간부의 추천을 받아 입사한 24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자치단체장과 서울시청, 노동부 간부 등 고위 공직자 자녀의 ‘낙하산 채용’을 의심케 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새누리당 출신의 배덕광 부산 해운대 구청장의 자녀 배모 씨의 특이사항 난에는 ‘父 해운대구청장’이라고 쓰여 있다.
2005년 입사한 배씨는 현재 퇴사했지만, 입사 당시 신세계가 해운대구에서 대형 복합쇼핑몰 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터라 ‘사업 편리를 위한’ 낙하산 채용에 의구심을 낳았다.
그러나 배 구청장 측은 딸 배씨가 추천자 없이 공채로 입사했으며 쇼핑몰사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외부추천 입사자의 특이사항에는 ‘새누리당 현직 3선 국회의원’, ‘서울시청 국장’, ‘父 강남 사무소 관리과장’, ‘검찰’, ‘국세청’ 등이 기재돼 있어 ‘낙하산’ 의혹을 증폭시켰다.
다만, 이들 역시 배씨처럼 ‘공채 입사’를 주장하며 낙하산 채용이 아님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 또한 이번 논란에 대해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낙하산 채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받은 이들 모두 공채 입사했으며 따로 가산점을 받은 혜택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 중 몇몇은 승진에서 누락되고 탈락된 사람도 있다. 만약, 특혜입사를 받았다면 진급에서 불이익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문했다.
관계자는 “입사 시 지인이나 추천자를 쓰게 돼 있었고, 입사 후에 인사팀에서 이를 분류했을 뿐”이라며 세간의 의혹들이 “확대해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외부추천 입사자 현황’ 문건의 공개 이후 정치권과 누리꾼들은 공분에 차 있는 상황이다. 앞서 이마트의 불법사찰 관련 문건이 폭로된 바 있기 때문.
불법사찰 문건을 폭로한 민주당은 트위터를 통해 “비리는 봉투와 사과상자로 저지르는 줄 알았더니 이마트가 새로운 루트를 땄다. 이마트판 음서제도가 등장했다”며 “취업난이 심각하니 취업이 비리가 되는 세상이네요”라고 지적했다.
작가 공지영은 공직자 채용 문건과 관련 “이마트…절레절레, 수준 이하입니다”라고 질타했으며 평론가 허지웅도 “이마트의 MJ, KS분류는 문제사병, 관심사병을 따로 표기해 관리하는 군대의 사병관리 체계를 벤치마킹한 듯”이라고 비꼬았다.
이같은 여론에 힘입어 ‘이마트 불매운동’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노조파괴공작이 거의 히틀러 수준이라는데 소비자들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oe***)” “소비자가 등돌리면 어떤 꼴을 당하는지 무엄한 장사치에게 경험시킬 필요가 있다(@funr****)”, “불매운동보다는 이마트 물건 진열 사이사이에 자본론이나 공산당 선언같은 ‘불온서적’을 끼워넣자(@LJC***)”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과거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피자’ 비판과 관련,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나”라고 답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오는 ‘이마트 문건’이 또다시 소비자들의 ‘이념적인 소비’를 불러오게 될까. 1등 할인점의 두 얼굴에 소비자들의 냉랭한 시선이 깃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