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 부채를 '원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내용이 공개됐다. 보험사는 2023년부터 부채를 시장금리에 따라 주기적으로 재산정해야 한다. 생명·손해보험사 너나 할 것 없이 대비책 마련에 나섰지만 자본에서 부채를 내리고 자산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선명한 빛을 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의견이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회계기준원 내 회계처리기준위원회가 기업회계기준서 제1117호(보험계약)를 수정하는 공개초안을 의결했다.
공개초안에 따라 보험사들은 보험부채를 원가 평가가 아닌 매 결산기 시점의 할인율을 적용한 현행가치 시가로 측정받는다.
보험수익도 보험료 수취 시 수익으로 인식(현금주의)하는 것이 아니라 매 기간 제공한 보장과 서비스를 반영해 발생주의로 인식하게 된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기존 제도와 달라진 부분은 없지만 회계 처리 방식이 바뀐 것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보인다"며 "가게에서 100원어치를 구매하면 가게는 100원을 수익으로 처리한다. 이를 재계산해 90원에 대한 비용처리를 하면 순수익은 10원이 되는 방식이 현금주이다. 발생주의는 100원을 받음과 동시에 90원을 즉시 비용으로 처리하고 10원을 순수익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 보다는 방식이 바뀌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IFRS17 도입은 기존 2021년에서 2년 추가 연기돼 오는 2023년 1월1일부터 시행될 방침이다. 이번 의결로 국내 IFRS17 도입 및 시행시기 관련해 시장 내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게 금융위 입장이다.
보험업계는 IFRS17 제도 도입에 앞서 자본 확충에 한창이다. 약 3년 전부터 도입이 예정돼 있던 만큼 이미 대비 시스템 마련 및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발행 등 부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 부채가 원가보다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 처한다"며 "부채 증가와 부실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다분하고 RBC비율(지급여력비율) 및 자본건전성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자본금 확충을 위해 배당자제나 채권 발행 등 IFRS17 제도에 대응하기 위한 발걸음을 지속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신 제도 도입 후 자본 확충이 어려워 자본건전성 등이 낮게 측정되는 보험사에겐 더욱 부담이 따를 것이다"며 "시가 측정시 괜찮은 평가를 지닌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에 이어 영업쪽으로 볼륨을 키우는 등 다방면으로 제도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보험사들이 자본을 쌓기 위해 채권 발행을 지속하는 움직임이 이어져 수많은 채권이 시장에 풀리게 되면 금리 자체는 높아지고 가격은 떨어지는 상황에 도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부채 해소에 어려움을 겪는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보험계약 기준서 수정 공개 초안은 외부의견 조회 후 2021년 상반기 중 회계처리기준위원회에서 최종 심의·의결될 예정이다. 이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보고를 거쳐 2021년 하반기에 보험계약 기준서가 최종 공표된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자본 확충이 안되는 보험사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해당 제도로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겪을 가능성은 적다"며 "확정형 금리 및 장기형 상품과 최저보증형 보험이 구비돼 있어 제도에 대한 손해는 그려지지 않는 편"이라고 밝혔다.
생보사는 보장성 보험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경향이 있는데 반해 손보사는 실손 상품 범위가 넓어 상품 포트폴리오 부문 변화에서 부담이 비교적 덜하다는 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나 손보사나 제도 대응에 있어 포트폴리오 변화 차이가 얼마나 존재하냐에 따라 부담되는 비율이 다를 수 있다"며 "생보사는 자본을 지속적으로 쌓아야 하는 저축성 상품에서 보장성 보험으로 주력 상품에 변화를 주고 있고, 손보사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발행, 유상증자, 배당자제 등을 통해 자본확충을 하고있다"며 "부동산의 경우는 매각해 현금화 하는 거라 자본확충 부분과는 살짝 거리가 있어보인다. 대형사들은 내부 계리, 회계 시스템 등 정비가 된 상황이고 중소형사도 올해 말이면 얼추 시스템 마무리가 된다고 들려온다. 당국에서 규정 관련해 업법, 시행령 등을 IFRS17에 맞게 개정해야할 작업이 남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는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을 중심으로 IFRS17의 2023년 도입을 차질없이 준비해 나갈 것이다"며 "이달 중 추진단 회의를 개최해 보험업법 등 법령개정 필요사항과 향후 일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팩트인뉴스 / 이정화 기자 joyfully7@facti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