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시후./사진=영화 '내가살인범이다'스틸컷
2월 18일 늦은 저녁, SNS를 통해 젊은 여성들의 외마디 비명이 흘러나왔다. ‘꼬시고싶은남자(이하 꼬픈남)’ 박시후(35,남)가 성폭행 혐의를 받고 피소됐다는 것.


속보로 전해진 배우 박시후의 성폭행 관련 보도는 “연예인 지망생 A(22,여)씨가 서울 서부경찰서에 박시후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5일 지인 K씨(박시후 후배)의 소개로 박시후와 술자리를 가진 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관련 기사가 쏟아지자 ‘박시후’와 ‘성폭행’이 줄곧 포털사이트의 실시간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누리꾼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누리꾼, “박시후가 그럴 리 없어”


누리꾼들은 당시 충격을 전하면서도 박시후의 공식입장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보도가 쏟아진 다음날인 19일 박씨는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박씨는 “지인의 소개로 만난 A양과 술자리를 가진 점에 대해선 인정하지만 이 과정에서 서로 남녀로서 호감을 갖고 마음을 나눈 것이지, 강제적으로 관계를 가진 것은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단코 한 점 부끄러움이 없으며 이는 수사 과정에서 명명백백히 드러날 것”이라며 “경찰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억측과 확대 해석을 지양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씨의 공식입장이 전해지자 박씨의 팬들과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A씨가 ‘꽃뱀’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박씨의 편으로 돌아섰다. 이들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씨가 “그럴 리가 없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사건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A씨와 박씨가 함께 한 사건 당일을 담은 폐쇄회로(CC)TV 2개가 공개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쟁점’들이 불거졌다. ‘약물 투약’ 의혹 등이 터져나오며 박씨가 ‘계획적’으로 A씨에게 접근했다는 주장들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또, 24일 경찰에 출석키로 한 박씨가 사건을 다른 경찰서로 이송해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하면서 이날 출석을 거부하자 박씨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매서워지기 시작했다. 그에게 ‘우호적’이기만 하던 여론이 급변하기 시작한 것.


이렇듯 세간의 시선이 싸늘하게 변했지만, 여전히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박씨가 경찰에 출석하지 않아 수사가 진전되지 않았고 이에 사건의 진실을 쥐고 있는 이는 박씨와 A씨 그리고 A씨를 소개한 K씨뿐이기 때문.


‘그날’의 전말을 살펴보면, 우선 A씨는 K씨의 소개를 받아 서울 청담동 주점에서 박씨와 새벽 1시 30분까지 술자리를 가졌다.


1시 30분에 자리에서 일어난 박씨와 A씨, 그리고 K씨는 주점을 벗어나 박씨의 집으로 향했다. 이 주점에서 찍힌 CCTV를 보면 A씨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계단을 홀로 내려갔다. 이에 첫 번째 CCTV 공개에선 박씨의 ‘무혐의’로 여론이 기우는 듯 했다.


곧장 두 번째 CCTV가 공개됐다.


이번엔 박씨의 집으로 들어가는 일행의 모습이 담겼는데, 여기서 A씨는 술에 취해 몸을 못 가누는 듯 차에서 내린 K씨에 의해 등에 업힌 채 주차장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주점에서 박씨의 집까지 불과 10여분의 거리에 누리꾼들은 ‘약물 투약’ 의혹을 제기하며 고소인 A씨의 편에 섰다.


경찰 또한, 고소인의 머리카락, 혈액, 소변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원에 약물 성분감정을 의뢰했다.


이날 모든 시간을 함께 지켜본 K씨 역시 수사선상에 올랐다. A씨가 동석한 K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박씨와 함께 고소한 것.


이에 서울 서부경찰서는 박씨와 K씨에게 24일 오후 7시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고, 22일까지만 해도 박씨는 당당한 입장을 내보이며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24일 출석 당일, 박씨 측 변호인을 맡았던 법무법인 ‘화우’가 돌연 사임하면서 사건은 또 다른 쟁점으로 접어들었다.


법조계 내에서는 화우가 승산이 없어 보이니 발을 빼는 것이 아니겠냐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박시후 소환 불응에 누리꾼, “신뢰 잃었다”


결국, 박씨는 이날 ‘사건이송’을 요구하며 소환에 불응했다.


화우에 이어 박씨 측 변호를 맡게 된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푸르메’는 쏟아지는 추측성 보도에 “박시후씨는 어제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치고 경찰서로 출발하려고 했으나 저희 변호인은 이를 적극 만류하고 이송신청을 하게 됐다”고 공식입장을 냈다.


푸르메는 “사건이 진행된 과정을 지켜본 결과, 초창기부터 박씨의 피의사실이 ‘실시간 중계하듯’ 여과 없이 혹은 진실에 반하여 언론에 보도되는 등 수사 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며 “서부경찰서에서 언론에 피의사실을 누출한 행위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수사기관의 비밀 엄수 및 피의자 인권 존중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푸르메는 일부 언론에서 본 사건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사건 이송을 하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입을 열었다.


푸르메 측은 “이송을 거부하는 서부경찰서의 태도는 신속·공정한 사건 처리와 사건관계인의 편의를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위 관할 제도의 취지에 위배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해당 경찰서의 ‘실적 올리기’를 위한 행위로밖에는 판단되지 않는다”며 “경찰청에 민원을 접수하고 서울지방경찰청 이송심사위원회에 의견서를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부경찰서 측 역시 ‘완강한’ 입장을 보였다.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이송계획이 없다”며 “해당사건은 인지사건이기 때문에 (푸르메 측의 주장이) 의무사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누리꾼들과 일부 변호사들은 피의자나 피해자가 시간을 끌기 위해 사건이송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음을 지적하며 박씨와 푸르메의 이송 요청에 ‘꼼수’가 있는 것은 아닌 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박씨 측은 이송신청에 대한 결정이 완료되는 대로 경찰에 출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경찰은 박씨에게 재출석 날짜를 통보하고 이번에도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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