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점유율만으로 평가하는 방식 비합리적”
EU 측 불승인 발표 이후 약 2개월 만의 제소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을 허락하지 않은 유럽연합(EU)에 소송을 제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지난 1월 두 회사의 합병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독과점을 우려, 기업결합 승인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지 2개월 만의 소송 제기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23일 EU 법원에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불승인 처분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조선시장의 지배력을 단순 점유율만으로 평가한 EU 당국의 결정은 비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며 “이를 EU 법원을 통해 판단 받아보고자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월 13일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19년 11월에 심사를 시작한 이후 심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끝에 2년 2개월 만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당시 EU 집행위는 합병하는 두 회사의 영향력이 거대해지는 상황을 우려해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대했다. 두 회사가 결합하면 매출액 20조원 이상의 거대 조선사가 탄생해 독과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EU 측 판단이었다. 무엇보다도 국내 조선사들이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점이 EU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고 전해진다.
EU의 합병 불승인 결정이 내려진 당시 현대중공업지주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2년 동안 기존 시장 점유율만으로 조선시장의 지배력을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며 “LNG선 화물창 라이선스를 보유한 조선소만 전 세계 30개사 이상으로 생산·기술 관점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입찰 경쟁에 참여할 수 있어 특정 업체의 독점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도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월 기자간담회에 나서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불승인은 ‘자국 이기주의에 기반한 불공정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이 EU의 이기적 결정에 일방적으로 좌지우지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 현대중공업그룹이 EU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일부 언론과 업계의 풍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HD현대는 이번 소송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나타내는 건 아니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HD현대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자 측인 산업은행과 당시 인수 계약을 맺으면서 해외 경쟁당국 6곳 중 1곳이라도 승인을 하지 않으면 인수를 철회하기로 약속해 현재는 계약이 해지된 상태”라며 “다시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소를 제기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