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무제한 주차’는 관광을 망치는 보조금이다

심송학 기자 [팩트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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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인뉴스=심송학 기자 | 지방상권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는 민원은 언제나 “주차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자체는 주차장을 더 짓고, 무료 시간을 늘리고, 무제한 주차를 약속한다. 그러나 이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환영받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재정과 관광을 동시에 갉아먹는 악순환의 출발점이 된다.

주차장을 늘릴수록 차량은 더 몰리고, 혼잡은 심해지며, 보행 환경은 나빠진다. 보행이 불편해질수록 체류는 줄고, 체류가 줄면 상권은 약해진다. 그러면 다시 “주차를 더 늘려달라”는 요구가 등장한다. 이것이 지방도시가 빠져 있는 주차 정책의 루프다. 무료·무제한 주차는 시민과 관광객에게 주는 혜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도시의 시간을 빼앗는 숨은 보조금에 가깝다.

주차 문제를 하나의 상점으로 비유해보자. 계산대 앞에 사람들이 몰리면 점주는 계산대를 늘려야 할까, 아니면 동선을 정리하고 결제 방식을 바꿔야 할까. 주차도 마찬가지다. 핵심은 공간을 더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관리하는 일이다.

관광과 상권의 관점에서 주차는 편의 시설이 아니라 도시 운영 수단이다. 그래서 해법은 ‘확대’가 아니라 ‘관리’다. 관리의 축은 세 가지, 가격·공간·환승이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지 않으면 어떤 주차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

먼저 가격이다. 모든 주차를 싸게, 혹은 무료로 제공하면 차량은 중심부로 몰릴 수밖에 없다. 중심부 주차는 비싸게, 외곽 주차는 싸게 혹은 무료로 설계해야 수요가 분산된다. 가격은 처벌이 아니라 신호다. “여기는 오래 머물 공간이 아니다”라는 신호를 주고, “여기서 차를 두고 천천히 들어오라”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관광객 역시 가격을 이해한다. 중요한 것은 비싸냐 싸냐가 아니라, 왜 그런지 설명되는 구조다.

둘째는 공간 재배치다. 노상주차는 가장 값비싼 도시 공간을 차량이 점유하게 만든다. 이 공간을 보행로, 배송 공간, 버스 정류장, 휴식 공간으로 돌려주는 순간 도시의 체류 품질은 달라진다. 노상주차를 줄이는 정책은 단순한 교통 정책이 아니라 보행과 상권을 살리는 관광 정책이다. 사람이 걷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날수록 상권의 매출은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주차 공간을 줄인다고 장사가 죽는 것이 아니라, 걷지 못하게 만들 때 장사가 죽는다.

셋째는 환승이다. 외곽에 주차하고, 대중교통이나 셔틀로 도심에 들어오는 구조를 얼마나 쉽게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주차장에서 도심까지의 이동이 번거롭다면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다. 환승 할인, 직관적인 안내, 짧은 대기시간이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이는 교통 정책이 아니라 관광 동선 설계다. 차에서 내려 걷는 순간, 관광은 시작된다.

이 철학을 가장 정교하게 운영하는 도시 중 하나가 암스테르담이다. 암스테르담은 외곽 환승 주차장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대중교통 연계를 통해 도심 차량 유입을 줄이려는 정책을 명확히 한다. 주차요금 인상과 관리가 교통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실증 연구로 뒷받침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교훈은 주차를 ‘민원 대응’이 아니라 도시 운영 전략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주차 정책은 교통, 보행, 관광, 상권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를 지방도시에 적용하면 역할 분담이 분명해진다. 국가는 주차요금 체계, 환승 기준, 환승 할인 같은 표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정부는 중심부 보행축과 주차 정책을 묶어 운영하며, 단기 민원에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기업은 결제, 내비게이션, 주차 정보, 환승 정보를 하나의 화면에서 제공하는 통합 UX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시민은 불법 주정차를 ‘내 편의’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치르는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주차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의 문제다. 결국 주차 정책의 성패는 주차 공간의 개수가 아니라 도시가 무엇을 우선하느냐에 달려 있다.

무료·무제한 주차는 친절해 보이지만, 체류를 줄이고 상권을 약화시키는 보조금이다. 반대로 관리된 주차는 걷는 도시를 만들고, 걷는 도시는 체류를 만든다. 주차를 관리하는 순간, 상권은 살아난다. 이것이 주차를 민원이 아니라 관광과 도시 운영의 핵심 레버로 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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