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인적쇄신 요구에 반응할까

지난 3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최근 연말정산 관련 문제에서도 봤듯이 정책의 취지라든가 큰 틀의 계획이 적절하다 하더라도 정책수요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파악하지 못해 부담을 주게 되면 오히려 정책의 근본취지조차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책의 심의에 앞서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하고 시뮬레이션,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정책 수요자별 영향을 분석하고 이것을 토대로 작은 부작용이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시행 전부터 보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부 전체의 시각을 갖고 조율하고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내각은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해서 부처 간 정책 조율과 협의를 더욱 강화하고 새로 신설되는 정책조정협의회를 통해 청와대와 내각 간의 사전 협의와 조율도 강화해나가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연말정산부터 건강보험료 개편 중단까지 그동안 국정 주체 간 제대로 된 조율도 없이 정책을 내놓았다가 논란이 일지 않도록 정책 협의 및 조율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만전을 기해달라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투톱’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가 ‘증세없는 복지’ 재검토와 인적쇄신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다만 박 대통령도 국정활력 제고를 위한 당·정·청 소통 강화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날의 침묵을 부정적 기류로 보기는 어렵다. 박 대통령은 전날에도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원내지도부가 선출되면 당·정·청 협의를 통해서 정책을 잘 조율해서 국민들에게 염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이날 침묵을 지킨 것은 국정운영 전반을 각료들과 논의하는 국무회의에서 당의 요구에 일일이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신 연말정산 논란 등에서 당의 비판을 받았던 내각과 청와대 간 정책조율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함으로써 당과의 소통 의지도 자연스럽게 피력한 것.
때문에 유 신임 원내대표가 국민들 눈높이의 과감한 인적쇄신을 요구한 데 대해 박 대통령이 조만간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인적개편을 통해 어떤 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박 대통령은 내각에서 소폭 개각을, 청와대 개편에서는 정무특보단 신설만 남겨놓은 상황이지만 과감한 인적쇄신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다.
따라서 새로 진용을 갖춘 당 수뇌부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인적쇄신을 진행하려면 이번 주 중으로 예상됐던 실제 인사 발표 시기는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