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년만에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난 남·북 이산가족들이 또다시 기약없는 이별에 들어섰다. 2박3일 총 12시간의 짧은 만남을 끝낸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훗날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는 흐느낌 소리로 가득했다.
22일 9시30분부터 시작된 작별상봉은 시작부터 울음바다로 변했다. 리홍종 옹(88)의 독녀 이정숙(68) 여사는 “지금 하도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어”라면서 “어제 밤에도 오늘 아침에도 자꾸 눈물이 나서…”라면서 흐느꼈다.
리 옹을 만난 이 여사는 “아버지 어떻게 우리가 상상이나 했어요. 아버지가 이렇게 살아 계시는지”라면서 “아빠, 내가 또 만날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 볼게요. 아빠”라고 말하면서 리 옹의 눈가에 고인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결혼한지 7개월만에 남편과 헤어진 이순규 여사(84)는 65년만에 남편 오인세 옹(83)을 찾았다. 그러나 만남은 짧았고 오 옹은 이 여사에게 “지하에서 또 만나”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이 여사는 “건강하슈, 오래 사슈”라며 울먹였다.
박인숙 여사(69)는 “업어드릴게요”라며 오빠 박동훈 옹(87)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힘이 부쳤고 결국 박 옹의 품에서 오열해야만 했다. 박 여사는 “3살 때 오빠가 저를 많이 업어주셨대요”라면서 “그래서 이번에 제가 대신 업어드리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북한에 누나를 남기고 돌아온 가족도 있었다. 박용한 씨는 “누님이 나 어렸을 적에 항상 업어줬어. 이젠 내가 할거야”라면서 박룡순 여사(82)를 업고 테이블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박 씨는 “65년 전의 이별이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어. 그 땐 이렇게 될지도 모르고 울지도 않았어”라면서 “그런데 이제 또 이별해야해”라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천우 옹(78)과 성이 달라진 형 리정우 옹(82)은 서로 마주보며 한참을 어루만졌다. 리 옹이 “우리 몇 년만에 만났니?”라고 묻자 이 옹은 “72년”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이 옹이 “옛날에 엄마랑 아버지랑 싸우고 엄마가 집을 나간다고 하니까 붙잡고 우리 버리지 말라고 엉엉 울던 기억이 난다”고 말하자 리 옹의 눈시울도 붉게 변해 있었다.
아쉬운 두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고 작별상봉이 10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자 다른 가족들은 이정숙 여사에게 아버지께 큰절 올릴 것을 권유했다. 이 여사는 “왜, 뭘 그런걸 해…내일 아침에 또 보잖아”라고 말했으나 가족들이 내일은 만날 수 없다고 설명하자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이 여사는 “아버지 이렇게 만나는 게 이게 끝이래요. 그러니까 아버지 우리가 이게 끝이래요. 그래서 큰절 받으시래요”라면서 오열했다.
상봉이 끝나자 북한의 가족들은 버스 4대에 올라탔다. 남한 가족들은 버스를 찾아 창문 사이로 손을 맞잡고 눈물을 쏟아냈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북한 기자단과 의료진의 눈가에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
오전 11시47분, 야속한 버스가 떠나면서 2박3일간의 꿈같았던 이산가족 상봉도 끝났다. 남한 가족들은 넘어가지 않는 밥을 억지로 넘긴 후 금강산을 떠나 강원도 속초로 돌아왔다.
한편,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90가구 225명이 북한의 가족 188명을 만나는 2차 이산가족상봉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