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인맥열풍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10대 인맥열풍은 마치 성인들의 ‘인맥 열풍’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인맥을 동원해 취업을 하고 인맥으로 승진한다. 이런 일련의 행위가 성인들의 인맥열풍이라면 10대들은 ‘조폭’의 의리와도 같다. 내 선배를 지켜야 하고 내 후배를 지켜야 한다.
이런 ‘의리’에는 때론 금전이 오고 가기도 한다. 다른 인맥보다 더 뛰어난 인맥을 유지하기 위해선 금품을 갈취하기도 하고 다른 인맥을 강압적으로 협박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내 인맥에는 손을 대지 말라”는 것이다.
광주광역시 모 고등학교에 다니는 최모(17)군은 최근 한 후배의 전화를 받고 주변의 ‘힘 좀 쓴다는’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후배가 다른 학교의 또래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보고(?)를 하자 자신의 후배 인맥을 건드린데 대한 이른바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서석동에 있는 모 인근 공원으로 자신의 후배를 건드린 학생들을 불러 모아 집단 패싸움을 벌였다. 양쪽 다 치명상을 입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일이 벌어졌지만 최모군은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최모군과 후배는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우정과 의리로 묘사됐던 10대들의 인맥열풍이 2012년에 새로운 방향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냈던 지금의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들이 겪어야 했던 ‘조직 문화’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인데 과거의 의리문화가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뤄졌다면 지금의 ‘조직 문화’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할 것 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등의 활성화로 알지 못한 사람들과의 새로운 ‘모임’ 등이 벙개 형식으로 이뤄지면서 ‘인맥’이 과거와 다르게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스마트폰은 인맥쌓기가 지역을 쉽게 넘나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관련 어플 등을 통해 “인맥쌓기” 움직임도 활성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모임에선 “내 인맥을 구한다”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을 보호해달라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돈’이 오고간다는 것.
수원에 살고 있는 한 10대 여학생은 최근 모 인기 커뮤니티 어플을 통해 “싸움을 잘하는 오빠를 구한다”고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자신을 괴롭히는 모 여고의 선배를 겁주면 5만원을 지급한다”고 글을 남겼다. 이 여학생의 글에는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대부분 “내가 하겠다”는 내용들이다.
10대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인맥열풍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은 ‘친구’로 두느냐에 있다. 이 때문에 일부 10대들은 무차별적으로 인맥을 쌓는다. 백명을 넘는 것은 기본이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하지 않고 피아를 구분해버린다.
인맥이 없으면 ‘왕따’다. 왕따는 학교에서 버림받는 존재로 전락한다. 결국 최근 전개되고 있는 10대들의 인맥 열풍은 일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맥을 쌓기 위해 돈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부모가 주는 용돈으로 부족해 범죄행위에 가담하는 학생들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에 살고 있다는 이모(16)군은 최근 아빠의 지갑에서 돈을 훔쳤다고 말했다. 이군은 “좋은 친구들을 사귀는 조건은 돈이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돈으로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성인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횡횡하고 있는 '생존적' 인맥열풍이 10대들 사이에서 이처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이뤄진 인맥문화가 아닌 범죄문화처럼 변질되고 있는 10대 인맥열풍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