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이런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비 사이로 막가’, 이른 바 날씬한 사람을 뜻하는 단어다.


그런데 요즈음 이명박 정부의 임기 말 인선을 보고 있자면 ‘비 사이로 막가’씨가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 해도 쏟아지는 낙하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기 6개월여를 남겨 놓은 이번 정부에서 최근 낙하산 의혹을 받은 자들을 열거하자면 한이 없을 만큼 인사 난맥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초기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고소영・강부자’ 내각으로 불리며 인선 과정에 잡음을 냈다. 그런데 정권 말에도 ‘고소영・강부자’는 달라진 바가 없다. 아니 오히려 잡음은 더욱 시끄러워졌다. 정권 말 막차를 잡아타려는 낙하산 인사들이 줄지어 나오면서 누가 ‘누구’인지 누가 ‘어디로’ 갔는지 누가 ‘왜’ 갔는지를 놓고 관련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10일밖에 지나지 않은 이달에만 낙하산 의혹을 받은 인선이 4곳에 달한다.


지난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정인억 경제협력개발기구 정보통신정책위원회 부의장을 LH 신임 부사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공모를 통해 이뤄진 이번 선임 과정에서 이지송 LH 사장이 후보자를 모두 면담했고 최종적으로 정인억 부사장을 선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부사장의 이력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부채 130조원의 빚 덩어리 LH를 해결하기 위해 정 부사장을 선출했지만 정 부사장의 행적은 재무현안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그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미국 밴더빌트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후 그는 정보・통신 전문가의 길을 밟았다. 그가 역임한 대표 자리는 모두 정보통신 관련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정 부사장이 친이계열로 국회 출마를 도전했던 부분은 낙하산 의혹을 더욱 불거지게 했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강원 동해・삼척 지역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그는 무소속 최연희 의원에게 패해 쓴잔을 마셔야만 했다.


4년 후 올해 1월 제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예비후보자로 출사표를 던졌으나 최종 후보에 선정되지 못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친박계의 대세론 속에서 친이계로 분류됐던 정 부사장이 갈 길을 잃었다는 지적이 흘러나왔다.


이러한 정 부사장의 약력을 보고 한 누리꾼은 “정치권에서 살아남지 못했으니 남은 것은 이제 공기업으로의 낙하산 인사 뿐 아니겠냐”며 “최근 정권 말 인사 난립으로 갈 곳이 제한 된 상황에서 이 정부가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5일 한국석유공사는 3명으로 압축된 사장 후보를 지식경제부에 통보했다. 이들 3명 중 박순자 전 한나라당 의원이 비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석유공사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면서 여권 인사의 공기업 나눠먹기 의혹이 피어올랐다.


유기홍 민주통합당 부태표는 “낙천・낙선 인사에 대한 보은인사라는 익숙한 풍경을 석유공사 사장 선임과정에서 또 보게 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 8일에는 한국예탁결제원에서도 낙하산 의혹이 불거졌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신임 감사에 임양택 한양대 교수를 선임한 것을 두고 예탁원 노동조합이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한 것이다.


임 교수는 부산고와 고려대 정치외교학을 나와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 대통령 후보의 특별보좌역을 지냈다. 이러한 그의 이력에 예탁원 노조는 단단히 뿔이 났다.


노조 관계는 “이번 정부에서 정치적 행보가 두드러졌던 인사를 중립성과 객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감사 업무에 맡기는 것이 말이되느냐”며 “현 정권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낙하산 인사를 앉힐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고 비판했다.


다음날에도 또 낙하산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에는 저 멀리 부산에서 의혹이 날아들었다.


부산항만공사의 신임 사장 인선을 두고 국토해양부가 고위직 출신의 퇴직공무원을 내려 보낸다는 ‘낙하산 내정설’이 돌면서 부산항만공사 노동조합이 강한 반발에 나선 것이다.


부산항만공사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항만공사 및 부산항 관련업을 무시한 낙하산 인사는 부산항의 발전과 화합에 장애가 된다”며 “낙하산 인사를 결사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 정부의 초기부터 말기로 접어드는 오늘까지 불거진 낙하산 의혹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하지만 한꺼번에 쏟아진 낙하산은 서로 난립해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법.


이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만이라도 전문성을 갖춘 인선을 꾸려 더는 낙하산 의혹에 시달리지 않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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