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부동산 규제 강화로 국내외 사업환경 ‘불투명’
유망시장인 친환경·신재생에너지 통해 안정적 성장 기반 확보
로보틱스·IoT 기반 스마트 건설 기술로 비용 절감·생산성 효율화
건설업계가 외도 중이다. 땅 파고 집을 팔던 전통적인 사업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보통 해외에서는 플랜트를, 국내에서는 주택과 토목 위주로 사업을 영위했던 건설사들에게 올해는 잔인한 해였다. 상반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 발주가 지연되거나 공사가 중단되면서 간신히 주택사업으로 버텼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주택시장마저 얼어붙을 상황이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규제 등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를 연이어 내놓은 까닭이다. 업황을 타는데다 현금 유동성이 떨어져 재무구조가 취약한 건설업계로서는 하반기 경영위기가 남다르다.
이에 건설업계는 친환경·신재생에너지와 4차 산업혁명 등 신사업 발굴이 가속화되고 있다. 체질개선과 안정적인 수익 창출로 가깝게는 포스트 코로나를, 멀게는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진 미래 시장에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반환경 오명 벗고 성장시장 확보…1석2조 친환경에 뛰어든 건설사

건설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친환경·신재생에너지 분야다.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은 산업 전반의 주요 목표가 됐다. 우리 정부도 ‘한국판 뉴딜’ 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산업에 70조원을 투입하며 관련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동떨어진 분야가 아니다. 에너지 플랜트사업으로 노하우를 쌓은 만큼 이해도가 높다. 해외 곳곳에서 플랜트 사업을 영위했던 경험을 살려, 세계 시장 진출을 모색하기도 수월하다. 진입장벽 또한 다른 업종보다 낮은 편이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부각되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 즉 ESG 지수가 높은 기업들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갑질 논란, 오너 리스크에 국한해 불매운동을 벌였다면 이제는 선한 영향력을 통해 사회와의 동반 성장을 모색하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가치소비’가 두드러진다. 건설업계는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미래 성장시장 선점에 서두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SK건설이다. 친환경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을 경영 전반에 녹여온 SK 계열사답게 SK건설은 친환경의 경제성에 주목했다. 최근 아시아 최대 규모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발전소인 화성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하고 파주연료전지 발전소의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고체산화물연료전지는 수소를 비롯한 고체산화물을 연료로 전력을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차세대 발전 시설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최대 환경플랫폼 기업인 EMC홀딩스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친환경 사업에 뛰어들었다. SK건걸은 하·폐수 처리부터 폐기물 소각·매립까지 환경산업 전 분야를 아우르는 EMC홀딩스의 사업을 바탕으로, 리유즈·리사이클링 등의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기술력 중심의 친환경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전기차에 눈을 돌렸다. 지난해 신사업본부를 신설한 대우건설은 전기차 충전기 전문기업 휴맥스EV 지분 19.9%를 매입했다. 휴맥스EV는 휴맥스가 최근 설립한 전기차 충전기 제조·충전서비스 전문기업으로, 대우건설은 미래에너지 분야에 뛰어들 기회를 잡게 됐다. 충전 인프라 구축은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 연동 복합 충전 시설 설립, V2G 양방향·에너지 수요관리 시스템 운영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분야에 사업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현대건설 역시 친환경·신재생에너지 분야 신사업을 모색 중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현대일렉트릭과 업무협약을 맺고 에너지 신사업, 스마트 전력시스템, 국내 신재생 변전소 사업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현재 추진 중인 수소연료전지 발전과 해상풍력, 조류발전, 오염토 정화사업 등에 속도를 내는 한편, 그린 바이오 스마트시티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그린 바이오 스마트시티는 현대건설이 보유한 130만평의 서산 부지 중 30만평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 스마트팜과 첨단 농·바이오 연구소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친환경 이미지를 강화하고 6차 산업인 농업분야의 첨단 기술력 선점을 기대할 수 있다.
롯데건설은 수처리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이 기술은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나 음식물 폐수, 축산 폐기물과 폐수 등을 처리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것으로, 이 바이오가스는 발전기를 가동하는 연료로 사용해 전기 생산에 활용된다. 롯데건설은 관련 시공과 연구개발에 참여하며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GS건설도 올해 초 리튬이온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니켈·리튬 등 핵심 소재를 회수해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을 막고 수입 대체 효과를
안전사고 줄이고 인건비 부담 더는 ‘스마트’ 기술에 주목

코로나19로 건설현장에서의 위생·안전이 더욱 부각되면서 건설업계가 주목하는 또 다른 분야는 ‘스마트 건설’이다. 기상이나 전염병, 자연재해, 안전사고 등의 변수를 고려하면 공기를 맞추기 빠듯한 경우가 많다.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작정 인력을 늘릴 수도 없다. 이에 건설업계는 IoT(사물인터넷), ICT(정보통신기술), 빅데이터, 로봇, 드론과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스마트 건설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사람 없이도 현장을 관리할 수 있고, 위험하고 힘든 일은 기계가 대신해 인건비 등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특히 제조인력 고령화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 효율화도 기대할 수 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곳은 GS건설이다.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건설 현장에 4족 보행 로봇인 스팟(SPOT)을 도입키로 했다. 360도 카메라를 장착한 스팟은 네 발로 초당 1.58m의 속도로 뛰거나 계단을 오를 수 있으며 방수 기능과 음성안내 기능도 갖췄다. 지난해 정식으로 출시돼 올해 싱가포르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안내원으로 시범 배치됐다.
GS건설은 향후 아파트 현장 입주 전 하자 품질 검토, 교량 공사 현장 공정·품질 현황 검토, 위험 구간의 유해가스·열화상 감지를 통한 건설 현장 안전관리 등에 스팟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건설현장의 안전 사각지대를 줄이고 공정 정밀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건설자동화 등 스마트 건설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2026년까지 산업용 로봇을 건설 현장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로보틱스 분야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로보틱스와 연구협력을 맺고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에서 사용되던 로보틱스 기술의 노하우를 건설 현장용 로봇에 적용시킬 계획이다. 로봇이 작업장 내 환경과 장애물을 스스로 인식해 작업 위치까지 최적 경로로 이동하고, 나아가 아파트·오피스 입주 고객들에게 택배 운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까지 기술력을 고도화한다. 또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비정형 시공 기술, ICT(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현장관리 등도 본격 개발한다.
포스코건설은 국내 건설사 최초로 고정밀 데이터 활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간단한 조작으로 드론과 3D스캐너를 활용해 현장 사진을 찍으며 기술연구소에서 현장에 필요한 데이터로 바로 가공해 업로드하는 방식이다. 이후 클라우드 기반의 전용 앱 ‘포스-맵퍼’를 실행하면 모든 건설 현장을 3D 디지털 지도도 볼 수 있다. 공사구간의 거리, 면적, 부피 등을 간단히 산출할 수 있고, 날짜별 현장 정보들을 담은 슬라이드를 중첩시켜 공정 진행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포스코건설은 드론과 3D스캐너, GPR(지표투과레이더), 토공 자동화 시스템 등 스마트건설장비에서 취득한 고정밀 데이터를 3D 모델로 구축해 계획단계부터 설계, 시공, 유지보수 등 프로젝트 전반에 활용할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드론 전문기업인 아스트로엑스에 투자하고, 향후 건설현장에 활용되는 모든 드론의 비행 정보와 건설현장 영상을 빅데이터로 활용한다.
미래집이라 불리는 스마트홈 기술 개발에도 공들이고 있다. 대림산업은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구글 어시스턴트와 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연동해 온 집안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홈을 선보인다. 호반건설도 카카오의 통합 인공지능 플랫폼인 카카오 I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홈 시스템을 설치하기로 했다.
팩트인뉴스 / 변윤재 기자 purple5765@facti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