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재무장관 "모든 채무상환 루블화 결제"
S&P "채권자 동의없이 루블화로 지급하면 디폴트"
IMF "러시아, 빚을 갚을 돈 있지만 접근할 수 없어"

우크라이나 키이우 북쪽 브로바리에서 한 소방관이 이날 새벽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괴된 대형 식품 저장고의 불을 끄고 있다. 러시아군은 폴란드 국경에서 불과 25㎞ 떨어진 군사 훈련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35명이 숨졌다.(뉴시스 제공)
우크라이나 키이우 북쪽 브로바리에서 한 소방관이 이날 새벽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괴된 대형 식품 저장고의 불을 끄고 있다. 러시아군은 폴란드 국경에서 불과 25㎞ 떨어진 군사 훈련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35명이 숨졌다.(뉴시스 제공)

러시아의 외화표시 국채 이자 지급일이 16일로 다가왔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외화 자산을 대부분 동결해 루불화로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채권자들은 러시아가 루블화로 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러시아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1억1700만달러(약 1450억원)의 달러표시 국채의 이자를 달러화로 지급하지 않으면 디폴트 수순을 밟게 된다. 유예기간은 보통 30일이다. 러시아는 631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지만, 이 가운데 3000억달러가 미국 등 서방국으로부터 자산이 동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올 1월 보고서 기준 러시아 정부의 현금유보 자산인 외환보유액 중 달러 자산은 1000억달러 정도다.

수중에 달러 자산은 있지만 러시아 정부는 디폴트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3000억달러에 달하는 자국 외환보유액을 동결한 제재안을 해제하기 전까지 모든 채무상환을 루블화로 결제하는 것은 당연히 합당한 일"이라며 "각종 필수품처럼 중요한 수입품들에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러시아연방에 비우호적이며 우리의 외환보유액 사용을 제한하는 국가들에 돈을 줘야 한다. 이러한 국가들에 진 빚을 루블화로 똑같이 갚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며 루불화 가치는 폭락했다. 침공 직전 달러 당 80.41루블이던 환율은 지난 12일 134루블까지 치솟았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S&P는 채권자 동의없이 루블화로 지급하거나, 동의하더라도 기존 외화가치에 미치지 못한 금액일 경우에는 디폴트로 간주한다. 루블화로 지급 시 30일 유예기간 적용 이후 4월 중순에 디폴트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러시아 디폴트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13일 미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디폴트는 더 이상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아니다. 러시아는 빚을 갚을 돈이 있지만 그것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가장 걱정하는 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이웃 국가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른 나라보다 양국과 깊은 무역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러시아 디폴트가 전 세계 금융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현재로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러시아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이미 한차례 크게 올렸다.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종전 9.5%에서 20%로 크게 높였다. 오는 18일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예기간 동안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러시아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디폴트를 선언하게 된다. 로이터는 "만약 실제 디폴트가 되면 이는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첫 러시아의 국제 디폴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1998년 이미  국가부도를 선언한 적이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러시아 전체 수출의 80%가 큰 타격을 입었다. 석유, 천연 가스, 금속 및 목재와 같은 원자재 등이다. 당시 했다. 에너지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로부터의 세원이 급격히 줄었다. 곳곳에서 임금 체납이 발생 파업이 속출했다. 루블화 가치는 한 달 만에 3분의 2가 증발했다. 러시아는 채무 상환 능력을 상실, 결국 90일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국제 금융시장 충격도 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국채에 투자했던 미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는 1998년 금융시장을 붕괴 직전까지 이르게 했던 금융 이벤트다. LTCM의 막대한 차익거래손실에서 비롯됐다. LTCM은 높은 레버리지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창출하기도 했던 펀드였지만 주력 포지션이었던 러시아 국채의 채무불이행으로 LTCM은 파산직전까지가게 됐다. LTCM 파산 시 초래될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미 정부와 월가가 나서 구제금융을 조성하고 미연준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사태를 진정시켰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야보리우에 있는 군사 훈련시설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로의 무기 공급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14일 언론 브리핑에서 "야보리우 군사 훈련시설은 미국의 무기를 우크라이나 군대에 보급하는데 사용되지 않았다. 이번 공습으로 어떠한 보안 지원 시설도 타격을 받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할 수 있는 여러 경로가 있다. 우리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군은 폴란드 국경서 10여㎞밖에 떨어져있지 않는 야보리우 군사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실시했다. 이 공습으로 35명이 사망하고 134명이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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