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공방 마무리, 2년 연속 사상 최고 실적에 도전
현대그룹(회장 현정은)의 주력인 현대엘리베이터(대표이사 조재천)가 올해 쉰들러 홀딩스AG와 악연을 일소하고 성장에 속도를 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쉰들러가 2010년대 중후반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각하고 있다.
쉰들러가 매각 사유를 투자금 회수(엑시트)라고 천명했지만, 이는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트리는 방법으로 현정은 회장을 압박하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 현재 현대엘리베이터 주요 주주는 현대홀딩스컴퍼니(주)가 지분율 19.26%(752만7380주)로 최대주주이며, 쉰들러 12.91%, 국민연금공단 6.20%, 오르비스 인베스트먼트 6.90%, 현정은 회장 5.74% 등이다. 이중 현정은 회장은 현대홀딩스컴퍼니의 지분 91.30%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쉰들러는 2006년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25.54%를 취득하면서 현대그룹과 우호적인 제휴 관계를 맺었다. 이후 쉰들러는 이를 꾸준히 강화해 2012년에는 지분율을 35%까지 높이기도 했지만, 이후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꾸준히 매각했다.
이로 인해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쉰들러의 지분율은 30.9%(2013년), 21.5%(2014년), 17.1%(2016년), 15.53%(2018년)로 줄었으며, 지난해는 15.50%로 각각 감소했다.
다만, 쉰들러가 2012년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대거 매입할 당시에도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한 행보라는 지적이 일었다. 쉰들러가 한국의 엘리베이터 시장 진출에 지속해 관심을 보여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업계 1위다.
쉰들러의 최근 주식 매도가 단순 투자금 회수 차원이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게다가 쉰들러가 주가 변동에 개의치 않고, 주식을 처분한 점도 현정은 회장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게 증권가 지적이다.
실제 쉰들러는 지난해 6월 하순 연속 하락장으로 주가가 내려갔지만,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주당 4만785원에 일부 처분하기도 했다. 지난해 반기 기준으로 현대홀딩스컴퍼니(11.1%), 현정은 회장(8.2%) 등 우호지분이 27.8%였지만, 당시 쉰들러는 15.83%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였다.
이후 현대홀딩스컴퍼니는 주식을 확보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다만, KCGI자산운용(옛 메리츠자산운용)이 쉰들러가 매각한 주식을 매입하면서 복병으로 부상했다. KCGI자산운용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 취득한 것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쉰들러가 엑시트 한 지분을 KCGI가 그대로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KCGI는 현대엘리베이터에 우호적이지 않다. KCGI가 지난해 중반 현대엘리베이터에 현정은 회장과 이사회 분리를 통한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등을 골자로 한 주주 서한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이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적대적 인수 시도를 진행하고 있는 쉰들러가 앞으로는 팔고 뒤로는 (사모펀드를 시켜) 되산 것 아니냐? 곳곳에 통정매매 의혹이 있는 만큼 금융감독원이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쉰들러와 특정 사모펀드(PEF)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매매 시점이 겹쳐서다.
이에 대해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2000억원 대의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모두 내는 등 쉰들러와 법정 다툼을 마무리했다. 올해는 사업에 주력해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하겠다”고 부연했다.
이달 9일 현재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1.49%(449만6주)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해 실적을 아직 공시하지 않았지만, 사상 최고 실적이 유력하다.
전년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이 1조898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074억원)보다 26% 급증하면서, 종전 최고 매출인 2022년(2조1293억원)의 89.2% 비중을 달성해서다. 이 기간 현대엘리베이터의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787억원, 3417억원으로 1971.1%(749억원), 416.9%(2756억원) 급증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종전 최고인 2016년 영업이익(1816억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전년 3분기 순이익은 기존 최고인 2016년(1169억원)을 웃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