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근로자재산형성저축(이하 재형저축)이 판매를 시작한 뒤로 금융계에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18년 만의 재형저축 부활에 시중은행들이 모두 나서 재형저축 과다 경쟁에 돌입한 것. 은행들이 금리경쟁으로 고객모시기에 나섰을 때 재형저축을 사고자 하는 고객들은 상품 출시를 하루 앞둔 5일부터 계좌 개설에 필요한 소득확인증명서를 발급받으려고 국세청 홈페이지를 마비시키기까지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형저축의 이번 과다 경쟁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팩트인뉴스>에서 재형저축의 이면을 짚어봤다.
비과세 혜택인 재형저축은 서민재산형성을 위해 출시된 상품으로 1976년 도입됐다.
10%이상의 고금리와 이자소득세 등을 부과하지 않는 비과세 혜택으로 1990면 초반까지 근로자들이 반드시 하는 재테크 수단으로 꼽혔다. 그러나 시중 금리 초과분을 충당하기 위해 투입된 정부 재정을 더는 쓸 수 없어 1995년 폐지됐다.
파격적인 혜택만큼 과거 재형저축은 근로자들에게 기회였다. 이 때문에 최근 다시 부활한 재형저축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하지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재형저축은 과거 재형저축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에서 주의가 당부된다.
비과세에 높은 금리, 중도해지시 ‘도루묵’
과거 재형저축은 비과세 혜택과 소득공제 혜택까지 있었지만 이번에는 비과세 혜택만 주어진다. 법정장려금이나 임의 장려금과 같은 보너스 금리도 없다. 최고 금리도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수준이다. 가입 이후 4년부터는 시장상황에 따라 변동금리로 운용되면서 더 낮아질 수 있다.
과거 재형저축은 최소 10%, 최대 30% 이상의 금리를 보장해 주기도 했다. 과거 재형저축은 원리금의 두 배까지 대출한도가 부여되는 주책 융자금 혜택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빠졌다.
또한 과거 재형저축이 은행에서만 판매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금융투자회사(증권사), 생보사, 손보사, 저축은행, 우체국, 신협, 새마을금고 등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상품의 종류도 적금, 판매, 보험으로 구분된다. 이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품은 적금으로 가장 많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펀드나 보험과 달리 원금손실 가능성이 없으면서 수수료가 없다는 점에 있다. 수익률 면에서도 적금은 대략 연 4%대에 보장되지만 보험의 경우 공시이율에 따라 변동되고 펀드 역시 운용실적에 따라 변동되므로 현 시점에서 매력이 떨어진다. <표 참조>

그렇다면 달라진 재형저축의 가입조건은 어떨까. 재형저축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상품이다 보니 가입조건이나 대상이 정해져 있다. 가입대상은 가입일 현재 직전연도 총급여가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와 종합소득이 3500만원 이하인 사업자다. 만약 오는 6월에 확정되는 2012년 소득이 이 기준을 넘어간다면 계약이 취소될 수도 있다. 2013년에 처음 입사한 근로자나 신규 사업자 등의 경우 전년도 소득실적이 없어 가입이 불가능하다.
또한 재형저축은 분기별 300만원으로 자유롭게 납입가능하며 7년 이상 가입을 유지해야 이자소득세 14%를 물지 않는다. 다만, 농어촌특별세 1.4%는 내야 한다. 한차례에 한해 3년 이내 범위에서 연장이 가능해 최장 10년 동안 가입할 수 있다.
과거 재형저축을 떠올리고 접근하기엔 까다로운 가입요건에 비해 혜택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현재와 같이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저금리 시대에 4%대 중후반 금리에 비과세를 내세우기 때문이다. 출시 후 현재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살펴보면 우대금리를 더한 최고금리가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이 4.5%, 외환은행은 4.6%에 달한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최소 7년 동안 장기간 돈이 묶여 있는 등 상시 해약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할 점도 많다. 만약 중간에 해약할 경우 비과세가 적용되지 않는데다 가입 당시 이자율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예금을 넣어두는 것보다 못하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가입 3년 후 변동금리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허울 좋은 상품’ 이라는 시선도 제기된다.
만원통장‧꺾기 등 과당경쟁
이렇듯 높은 관심만큼이나 재형저축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금리 경쟁을 벌이며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은행들 간의 과당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재형저축 출시 이틀 만에 40만 계좌가 개설됐으며 판매 사흘 만에 510억원의 가입금액이 유치됐다. 문제는 각 은행들이 서로간의 유치경쟁에 고객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상품을 파는 불완전판매 행태를 보이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 과당경쟁에 돌입한 은행들의 부정행위가 다양하게 포착되고 있다. 재형저축 최소 입금 금액인 1만원만 입금해 놓고 가입 실적에 포함하는 이른바 ‘만원통장’에서부터 은행거래 기업의 근로자들이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가입하게 하는 ‘꺾기’ 등의 부정행위 정황이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
금리가 높은 대신 장기간 돈을 묶어 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정보제공과 주의가 요구되지만 실적 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은행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르면서까지 재형저축 판매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급기야 금융당국이 긴급조치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오전 이기연 부원장보 주재 하에 국내은행 수석 부행장 회의를 열어 재형저축 과당경쟁 자제를 요구했다. 이미 지난 5일에도 12개 시중은행의 리테일 담당 부행장을 불렀지만 불완전판매와 실적할당 등 과당경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 연이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일부 은행은 재형저축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6~7만건의 계좌를 유치했지만, 가입금액 자체는 많지 않다”라며 “실적을 위한 1만원짜리 통장이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은행들의 재형저축 판매실적을 인사에 별도로 평가·반영하거나 가점을 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현장검사를 통해 철저히 점검할 계획이다.
더불어 금감원은 앞으로 가입기간 7년간 최소한의 금리수준을 보장하거나, 금리가 변동되지 않고 확정적으로 유지되는 다양한 재형저축 상품 개발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저금리 시대 경기침체를 맞는 서민들에게 재형저축의 ‘화려한 부활’은 희소식이지만 이익을 보기 위해선 꼼꼼한 검토가 요구된다. 금융권 역시 과거 ‘카드대란’을 상기해 바람직한 판매와 운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