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R&D 규모 증가, 친환경·스마트 선박 개발 등 디지털화 집중
신기술이 선박 수주계약에도 영향..."中 추격에 초격차 유지해야"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 '빅3'가 조(兆) 단위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에도 오히려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불황 터널을 갓 벗어난 상황이지만 R&D 투자를 비용이 아니라 곧 '생존전략'이라고 판단한 것. 조선업황이 완연한 '슈퍼사이클'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친환경 등 고부가 가치 선박, 미래형 스마트 선박 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8일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약 925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전년(0.6%)과 같았다. 다만 해마다 투자비는 2019년 842억원, 2020년 852억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연구 개발비로 723억원을 투입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1%에서 1.6%로 높아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주침체로 재무부담이 급증했던 2016~2017년 당시엔 연구·개발비가 603억원(0.5%), 467억원(0.4%)에 그쳤었다.
2021년 삼성중공업은 516억원을 연구·개발 투자에 썼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0.8%로 전년보다 0.1%포인트(p) 상승했다.
국내 조선사 '빅3'는 조선용 후판 가격 상승, 과거 수주 부진 여파로 지난해 조(兆) 단위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조선해양은 통상임금 소송 패소로 작년 4분기 '어닝쇼크'에 빠지며 연간 1조384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1조7500억원, 1조31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조선사들이 적자를 면하지 못하면서도 연구·개발비 투자를 줄이지 않은 것은 기술력이 시장에서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십, 자율운항 등 시장을 선도하는 신기술이 기존 선박 수주계약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갖춘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현재의 호황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점도 연구·개발비 투자를 늘리는 이유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조선업을 10대 중점육성 분야로 정하고 LNG선, 크루즈선 등 고부가 가치 선박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며 우리나라와 격차를 좁히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기술력에선 앞서고 있지만 자동화, 디지털화 부문에선 오히려 밀리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조선업계에선 친환경과 디지털·스마트화를 향후 미래기술의 중요한 두 축으로 꼽는다. 국제해사기구(IMO) 등의 환경규제를 충족할 수 있는 연료·엔진을 개발하고 자율운항 기능 등을 갖추는 게 목표다.
현대중공업이 내놓은 '비전2030'에선 2025년까지 대형 암모니아운반선, 2030년까지 중대형 수소운반선 건조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첨단 전자 기술을 통해 2030년에는 완전자율운항·완전무인선박을 만들어 해양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2016년부터 자율항해시스템(SAS) 상용화를 연구해온 삼성중공업은 올해를 상용화 원년으로 삼았다. 또 설계·구매·생산 등 전 영역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디지털 조선소로 전환을 추진한다.
대우조선해양도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를 마련해 스마트십 기술을 시험하고 있으며 암모니아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과거처럼 원가를 줄여 승부를 보는 시대는 지났고 스마트 선박 등 기술력을 담보해야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반도체처럼 초(超)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조선업계도 수익성이 일정수준을 회복하면 더 과감한 R&D 투자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