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구입·전세 자금 비중 82%
IRP 비중은 통계 이래 최대폭 증가

서울시내 아파트. [사진=뉴시스]
서울시내 아파트. [사진=뉴시스]

팩트인뉴스=박숙자 기자 |  고금리 기조와 주거비 부담이 겹치면서 퇴직연금을 노후 대비 수단이 아닌 ‘생활자금’으로 활용하는 직장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인출 인원과 금액이 모두 증가했고, 인출 사유의 대부분이 주택 구입과 전세 등 주거비 마련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가 15일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인원은 6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4.3% 늘었다.

같은 기간 인출 금액은 3조원으로 12.1% 증가해 증가 폭이 인원보다 더 컸다. 고금리와 주거비 상승 속에서 퇴직연금이 노후 준비보다 당장 필요한 자금 조달 수단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도인출 사유를 보면 주거비 마련이 전체의 82.0%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는 주택 구입이 56.5%로 가장 많았고, 주거 임차 25.5%, 회생절차 13.1% 순이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이하에서 주거 임차 목적 인출이 가장 많았으며, 이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는 주택 구입을 위한 중도인출이 최다였다.

반면 퇴직연금 적립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퇴직연금 총적립금액은 431조원으로 전년 대비 12.9% 증가하며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제도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이 49.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확정기여형(DC) 26.8%, 개인형 퇴직연금(IRP) 23.1% 순이었다.

특히 IRP 비중은 전년보다 3.1%포인트 늘어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폭 증가를 기록했다. IRP는 근로·사업소득자가 자율적으로 가입하거나 이직 시 받은 퇴직급여를 계속 적립·운용할 수 있는 제도로, 제도 변화와 세제 혜택이 가입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운용 방식별로는 원리금보장형이 74.6%로 여전히 압도적이었지만, 실적배당형 비중은 17.5%로 전년 대비 4.7%포인트 늘었다.

금융권역별로는 은행이 52.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증권 24.1%, 생명보험 19.1%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 비중은 전년 대비 1.4%포인트 증가했다.

IRP 가입 인원은 전년보다 11.7% 늘어난 359만2000명, 적립금액은 30.3% 증가한 99조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IRP 해지 인원은 99만2000명으로 6.7% 감소했고, 해지 금액도 14조5000억원으로 3.3% 줄었다.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은 44만2000개소로 전년 대비 1.3% 늘었고, 도입률은 26.5%로 소폭 상승했다. 전체 가입 근로자는 735만4000명으로 2.9% 증가했으며, 가입률은 53.3%로 다시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적립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주거비 부담으로 중도 인출이 늘어나는 것은 노후 소득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주거 안정 정책과 함께 퇴직연금의 장기 운용 유인을 강화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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