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에 ‘전세의 월세화’ 가속

 전세가 월세로 대체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중인 15일 서울 한 부동산에 월세 매물이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전세가 월세로 대체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중인 15일 서울 한 부동산에 월세 매물이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팩트인뉴스=남하나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월세 거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서울 임대차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세 부족이 월세 전환을 부추기고, 늘어난 월세 수요가 다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고착화되면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도 한층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종합 기준 전월세 통합지수는 전월 대비 0.52% 상승했다.

이는 2015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전세지수와 월세지수를 가중 평균해 산출한 수치다. 전월세 전환율과 거래량 변화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 체감 부담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지수는 한 달 새 0.64% 올라 연립주택(0.39%)과 단독주택(0.25%)을 크게 웃돌았다. 연립·단독주택의 상승폭이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아파트가 전체 상승 흐름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월세 거래 비중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월세 비중은 57.6%로 50%대에 머물렀지만, 올해 2월 처음으로 60%를 넘어선 뒤 10월까지 9개월 연속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세 물건 부족 속에 월세로의 전환이 구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고가 월세 거래가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0·15 대책’ 발표 이후 5주간 서울 아파트 신규 월세 거래 가운데 월 100만원 이상 계약은 2870건으로, 전체의 55.6%를 차지했다. 월세 시장에서 고가 계약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은 이미 임계치에 근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47만6000원으로 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0만원 이상 오른 수준으로, 올해 4인 가구 중위소득 대비 약 24%를 월세로 지출해야 하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보유세 인상이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지고, 이 부담이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공시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전세 가격이 약 1~1.3% 오르는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2차 베이비부머의 퇴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면 시장 반발이 커질 수 있다”며 “보유세 인상과 함께 취득세·양도세 조정이 병행돼야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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