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2년 3월)' 발표
"금융 여건 여전히 완화적...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낮아"
한국은행이 향후에도 국내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며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추가 축소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기준금리를 올리 여지가 있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한 셈이다.
한국은행(한은·총재 이주열)은 10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표해 이같이 밝혔다. 박종석 부총재보는 "실질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통화 증가율도 여전히 높아 금융 여건은 여전히 완화적이다.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경기침체) 가능성에 국내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기준금리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조금 더 인상한다고 해서 경기 침체로 갈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발 글로벌 리스크가 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추가로 금리를 올릴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 대목이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1월에 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연 1.0%까지 올렸다. 올해 1월에도 추가로 인상하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1.25%로 복귀했다. 한은은 "국내외 금융취약성지수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지난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은 금융안정 리스크를 완화시켜 향후 예상치 못한 충격 발생시 자산가격 급락, 취약계층의 상환불능에 따른 경제활동의 급격한 위축 가능성(성장의 꼬리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향후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에도 글로벌 경제활동 재개 지속, 국내 방역조치 완화 기조 등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은은 정부의 대출 규제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완화됐지만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은 여전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가계대출은 당분간 둔화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가계의 대출 수요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부동산시장 움직임, 주식시장 회복 상황 등에 따라 수익추구를 위한 투자목적의 자금수요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높은 증가세를 보였던 은행 가계대출은 4분기 중 증가규모가 상당폭 축소됐다. 대출유형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주택매매 및 전세 거래 둔화, 집단대출 취급 감소 등으로 증가규모가 축소됐다. 기타대출은 은행권의 신용대출 관리,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감소 전환했다.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 등 영향으로 최근 물가 상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한은은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목표 수준을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해질 경우 임금-물가 상호작용을 통해 최근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기업의 생산비용이 높아지고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이 저하되는 등 경제주체의 부담이 커지면서 국내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부총재보는 관련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리스크로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연간 수치 전망을 구체적으로 얼마로 바꾼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물가 상방 리스크가 상당히 커졌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 경제성장률을 3%로 제시했지만 수정할 여지를 남겨 둔 것이다. 그는 "지금과 같은 다른 요인에 의해 물가가 크게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금리인상이 물가를 제어하는 관계가 약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금리가 인상되지 않은 경우에 비해서는 물가의 빠른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이후 3%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이러한 높은 물가 오름세는 석유류 및 식료품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요회복, 글로벌 공급병목 등의 영향으로 물가상승압력이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여타 근원품목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상황은 취업자수의 큰 폭 증가세가 이어지는 등 개선세를 지속했다. 한은에 따르면 금년 1월 중 취업자수는 전년동월대비 113만5000면 증가했다. 비농림 민간부문(농림어업, 공공행정, 보건복지 제외) 취업자수도 75만7000명 증가하면서 개선세를 이어갔다. 고용률(계절조정)은 1월 중 61.2%로 전월(61.0%) 대비 소폭 상승했다.
수출(통관 기준)은 지난해 4분기 중 수출금액이 지난 분기에 이어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하는 등 호조를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IT부문은 반도체와 컴퓨터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비 IT부문은 석유 제품과 철강이 높은 증가세를 기록하는 가운데 자동차 수출도 11월 이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1월 이후에도 수출은 반도체, 석유제품, 철강 등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금융권의 대출 관리,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중 오름폭이 축소됐다. 올해에도 상승세는 둔화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가격상승 기대도 진난해 11월 이후 약화됐다. 전국 주택전세가격도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전세수요의 월세 전환 등으로 지난해 4분기 이후 상승폭이 축소됐다.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코스피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11월 말 연중 최저치(2839)까지 하락했다. 12월 중 반도체 업황 개선 전망, 저가매수세 유입 등으로 반등했지만 올해 주요국 주가 하락, 우크라이나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으로 큰 폭 하락했다. 설 연휴 이후에는 양호한 기업실적 전망 등으로 소폭 반등하여 2700 내외에서 등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변동성지수(V-KOSPI)는 1월 말 이후 대외요인 등의영향으로 상승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채권투자의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식투자도 증가 전환하면서 전체적으로는 투자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채권투자는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수준, 우리나라의 양호한 경제여건 등으로 상당폭 증가했다고 보고있다. 지난해 12월 중에는 자금이 소폭 유출됐던 직전해와 달리 약 6조원 규모로 증가했다. 또 올해 1월과 2월에도 증가세를 지속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채권보유잔액은 매월 사상 최대 수준을 경신하면서 지난달 23일 기준 22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한은은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2%)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은 성장, 물가 및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장단기 비용·편익을 균형있게 고려해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