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컬럼니스트.
언론인,컬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국내외에서 높은 관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외교부문에서는 일본과의 알력, 사드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압박과 북핵 위협이, 국내 정치에서는 수위를 넘은 집권 여당의 내분과 함께 거대 야당과의 갈등 속에 지지율 급락 사태가 겹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국내 정치문제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어 비판을 받고 있음을 본다. 아마도 17일로 예정된 취임 1백일 기자회견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경축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광복절이라는 단순한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광복 77년, 건국 74년 동안 (6⁃25 한국전쟁에 따른 피난 임시수도 기간을 제외하고는) 정치 권력의 중심이 되었던 청와대 시대가 막을 내린, 다시 말하면 용산 대통령실 시대의 첫 광복절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경축사 역시 지난날의 고식적인 애국주의강조와 반일 노선에서 벗어난 새로운 지평을 여는 비전과 이념이 담기기를 기대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자유수호는 독립운동의 연장선

시대 부응한 새로운 지평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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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창가만으로 대일 관계 못풀어

대북지원도 ‘자유평화’기여 전제

윤석열 대통령이 새로운 지평과 역사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 가치관은 ‘자유’였다. 15분 경축사 가운데 33번이나 외친 것에서 윤 대통령이 제시한 ‘자유’의 역사적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자유는 평화를 만들고 평화는 자유를 지킨다’고 강조한 것은 ‘청와대 시절’에 거듭된 가치혼동을 청산하겠다는 의지로 보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은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이 아니었음’을 지적하면서 선열이 이뤄낸 자유를 지키고 확대하기 위해 후손들도 계속해서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서 ‘자유’와 연동된 ‘평화’는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려는 역사적 비전이라는 뜻이다.

이는 대북한 메시지에서 가장 뚜렷하게 담겨있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는 세계평화의 중요한 전제이며 우리와 세계인의 자유를 지키고 확대하는 기초’라고 정의하면서 실질적인 비핵화가 이루어진다면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지원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동시에 대일 관계에서도 ‘세계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일본의 정치적 지배 시대’에 얽매어 걸음걸이가 자유롭지 못했던 ‘과거 청산’에 방점을 찍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북한이든, 일본이든 역사적 가치관을 공유할 때만 협력이나 이웃사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반의적으로 완곡하게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 정권의 사드 문제를 둘러싼 대중국 저자세 외교와 ‘종전선언’에 집착한 비현실적 대북정책의 실질적 청산을 의미한다. 대북 제안을 두고 일부 좌파시각이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과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하지만, 바탕에 깔려있는 새로운 가치관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서 온 ‘비판을 위한 비판’일 뿐이다.

윤 대통령의 관계 개선 제의에 담긴 역사적 가치관인 ‘자유와 평화’ 철학을 일본은 제대로 읽은 것으로 보인다. 스즈키 가즈토(鈴木一人)도쿄대학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한국 정부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기대가 큰 것으로 본다. 다만 정파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점을 감안할 때, 윤 대통령의 임기 5년이 일본에게도 큰 기회가 될 것이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북한 문제를 비롯하여 외교는 상대방이 있으며 이쪽 주장만 관철하려는 것은 이미 외교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봐야 한다. 한일 정부가 합의로 마련한 ‘위안부 화해 치유재단’을 일방적으로 해산하고 죽창가‘만 소리 높여 부른 문 정부에게는 따라서 대일외교를 실종시킨 과오를 물어야 한다. 동시에 저자세 수준을 지나 굴종에 가까운 대북정책의 후유증에 대한 책임도 따질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의 이번 광복절 경축사는 이 모든 문제를 뭉뚱그려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실려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gt21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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