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계약·라이더 빼가기로 지역 상권 장악…“갑질, 도 넘었다”

최근 골목길 곳곳에 배달용 오토바이가 길게 늘어선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배달대행업체의 오토바이들이다. 기존 배달원들은 식당에서 고용하는 직원 개념이었지만, 최근 2~3년간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배달대행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우리 골목길과 도로의 풍경도 달라졌다.


워낙 짧은 시간 성장한 업계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당장 늘어난 배달용 오토바이의 소음과 난폭운전 때문에 주민들 불만이 크다. 배달음식에 손을 대는 배달원들의 얄팍한 직업윤리도 논란이다. 그나마 이런 문제들은 금방 눈에 띈다. 배달문화가 좀 더 자리 잡고 성숙해지면 자연히 해결될 부분이기도 하다.

문제는 겉으로 보이지 않고 안에서 부터 곪는 경우다. 이를테면 갑을관계에 따른 업체 간 불공정 거래 말이다. 업계 내부에서 횡행하는 갑질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지만, 업계를 망치는 주범이 된다.

배달대행업계에서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높은 점유율을 달성한 ‘생각대로’가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역 배달대행업체들과 계약 과정에서 과도한 위약금을 물게 하고, 중소업체의 배달원을 돈으로 빼가는 등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지사업체 상대로 도 넘은 갑질 논란
고속성장에 감춰진 배달대행업 그늘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배달대행업체 생각대로의 갑질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배달대행업체 생각대로가 지역 상권을 장악하기 위해 지역 내 중소업체들의 배달원을 돈으로 매수해 빼돌리거나, 배달대행 업체들과 불공정 계약을 맺어 과도한 위약금을 물게 한다는 내용이다. 


생각대로, 지역 중소업체 상대로 갑질 의혹
청원글과 스포츠서울의 보도에 따르면, 인천에서 영업 중인 배달대행 업체들은 “생각대로 인천지역 센터가 지역 상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도록 강요했으며, 사용하지 않을 경우 각 업체들의 배달원 돈으로 매수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생각대로가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과도한 위약금 조항을 넣고 있다”며 “지사장들이 다른 대행사로 옮기려고 하면 위약금의 3배 등 수억원 가량을 물어내게 하면서 옮기지 못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영업 중인 배달대행업체 20곳은 지난달 2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의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 업주는 생각대로 측이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과도한 위약금 조항을 넣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거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소 배달대행업체와 생각대로가 맺은 계약서 내용 중 ‘3년 이내 이탈 시 3000만원의 위약금을 물어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다른 업체가 지난 2018년 5월 맺은 계약서에는 ‘계약을 위반할 시 최근 3개월 프로그램 사용료의 월평균 요금에 계약 잔여기간을 곱한 금액의 3배를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회사가 지출한 지점 설립과 운영 관련 지원비의 2배를 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업주들은 “플랫폼을 이용하다 해지할 경우 몇 배의 위약금을 물어내는 조항은 분명한 불공정계약 갑질이며, 개선돼야할 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1위 생각대로, 비결은 불공정거래?
생각대로(㈜로지올)는 전국 퀵서비스 플랫폼의 80%를 점유한 ‘인성데이타’의 자회사로 2016년 1월에 설립됐다. 모회사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2019년 12월 기준 전국 14개 지원센터와 660여 지점을 두고 5만3000여 가맹점에 음식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요기요가 투자한 ‘바로고’나 네이버와 현대자동차가 투자한 ‘부릉’ 등 스타트업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부릉과 바로고가 각각 2013년, 2014년에 설립된 것과 비교해도 업계 진출이 상당히 늦은 편이다. 하지만 생각대로는 배달대행업계에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 뿐 아니라, 2019년 올해의 브랜드 외식배달서비스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명실상부 업계 1위를 자부할만한 자격을 얻었다.

실제로 생각대로는 지난해 거래액 1조7000억을 돌파했고, 올해 1월 한 달 동안에만 900만 주문 건을 달성했다. 서비스 초창기 한 달 주문량이 65만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년여 만에 900% 넘게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생각대로의 급격한 성장이 모회사의 퀵서비스 사업 노하우와 이미 지역 상권에 견고하게 자리 잡은 물류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사업의 노하우가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다. 논란이 된 생각대로의 불공정거래도 퀵서비스 사업 때부터 반복돼온 업계 간 관행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퀵서비스의 본사-지사-퀵배달원 간 삼각관계는 배달대행 업계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독특한 업무형태 때문에 복잡한 문제도 많다.

배달 대행 총판과 지사 간 갑질 의혹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부릉은 지난 달 3월 서울 강서구 배달대행업체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가 공정위로부터 3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받았다. 생각대로도 지난해 9월 지사와 불공정한 계약서 조항으로 이미 한차례 제소돼 조사를 받았다.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본사와 지사 간 불공정거래가 반복되고 있다.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실장은 지난해 열린 플랫폼 ‘온라인시장 공정거래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온라인 플랫폼은 중소상공인이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위한 필수통로인데 일부 시장지배적 지위를 악용해 중소상공인을 통제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면서 “유통업법 개정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법적용 대상으로 포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제공=생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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