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뉴스=임준하 기자]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스트롱맨’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자신의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패기를 보여줬다.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파리 외곽의 베르사유 궁전에서 푸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수교 300주년을 기념한 이번 회담은 약 3시간 가까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과 테러문제에 대한 공조 강화 등 일부 현안에 대해서는 입장을 같이했지만,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비롯해 러시아 내 체첸공화국 동성애자 탄압 등 민감하고 굵직한 현안에 대해서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마크롱은 러시아 국영 언론을 서슴없이 비판하기도 했다.


마크롱, 푸틴 향해 주눅 들지 않는 소신 발언


마크롱 대통령은 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시리아 바샤드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은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이라며 “화학무기 공격을 다시 벌일 경우 즉각 대응에 나서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러시아가 지원하는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 4월 시리아 이들리브에서 감행한 화학무기 공격으로 100여 명이 사망했던 사건을 겨냥한 경고성 발언이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의 국영 언론 ‘러시아투데이’와 ‘스푸트니크통신’ 2곳을 직접적으로 지목해 이들이 지난 프랑스 대선 기간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선전 선동기관처럼 행동했다고 비판했다.


이달 초 해당 매체들은 프랑스 대선 당시 마크롱 대통령이 동성애자라는 뉴스를 내보낸 바 있다.



아울러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 연방의 체첸공화국에서 동성애자를 탄압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러시아의 인권 상황을 앞으로 지켜보겠다”고 푸틴 대통령을 압박했다.


“마크롱,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인물” 평가


이런 마크롱 대통령의 대담하고 거침없는 외교술에 세계 언론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AP통신은 “마크롱이 골치 아픈 현안에 단호한 의견을 표명하는 데 따른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으며, 뉴욕타임즈는 “마크롱이 국제 무대에서 강력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를 내보였다”고 보도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이제 39세인 데다 취임한 지 2주밖에 안 된 마크롱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표현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5일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 차 벨기에를 방문했을 때도 첫 대면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손을 강하게 쥐고 놓지 않아 이슈가 됐었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강렬한 악수’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들은 힘의 논리에 기초해있는데,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 외교도 나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양자 대화에서는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그게 바로 존중받는 길”이라며 자신의 외교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30일 시리아 반정부단체 대표단을 엘리제궁으로 불러 면담했다. 시리아 정권을 지원해온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나눈 지 하루 만에 반군 대표와 만나 지지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마크롱의 이 같은 행보는 전날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밝힌 것과 같이 시리아 문제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며, 공세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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