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컬럼니스트.
언론인,컬럼니스트.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의 핵심은 세부 담을 13조 원 줄이는 데 있다. 근로소득세 과세 구간 조정 등으로 연간 83만 원을 덜 내게 된다.그러나 감세 규모보다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종전 25%)로 낮춘 것을 비롯하여 이른바 징벌적 과세라는 비판을 받아 온 종합부동산세의 다주택 중과 폐지 등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대기업을 옥죄고 고소득층을 이른바 ‘적대시’한 징벌적 세정을 정상화한 셈이다. 이는 지난 정부의 이른바 정부가 주도하는 소득주도성장(소주성)에서 탈피, 기업주도 성장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슷한 수준인 22%로 낮춤으로써 민간((기업)의 역동성을 살려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을 높이자는 뜻이 담겨있다.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청년층 고용률은 낮아지고 빈 강의실 전등 끄기와 같은 노년층의 ‘쓸데없는 일자리’만 늘어난 현상에도 제동이 걸리게 된 것이다.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반영한 이번 세제개편을 지난 5년 동안 ‘원 없이 돈을 쓴’ 더불어민주당이 반가워할 까닭이 없다. 논리는 비록 군색하지만 감세, 특히 법인세 감세는 재정을 축내는 일이며, 따라서 재정 건전성을 훼손한다고 반대에 나섰다. 새해 예산안 부수 법안인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법인세 감세는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을 씌워, 이른바 서민 정서에 호소하는 전략도 다시 들고 나왔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거대 야당인 동시에 지난 5년간 여당으로 군림했던 민주당의 이러한 표변이야 말로 ’내로 남불‘의 표본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운동권이 핵심주력인 민주당은 아직도 ’87투쟁‘때의 사고방식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한, ’고인 물’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속담의 뜻이 아직도 살아 있다면 고인 물이 어떻게 전락하는지 스스로 유념해야 할 것이다.

감세는 소득주도 성장 폐기의 상징

야의 ‘재정건전성’ 주장은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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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만 세계채권 17조달러 증발

‘채무의존 성장’시대 끝나간다는 전조

그러나 야당의 반대 보다 더욱 절박한 것은 이번 감세만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대로 민간부문의 활력이 회복될 것이냐이다. 이 정도만으로 세계적인 금융긴축과 고금리 현상에 맞서 일자리 창출과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역시 지극히 안일한 판단이다. 세계적인 각광을 받는 반도체 생산 기업인 SK하이닉스가 청주 공장 증설계획을 보류한 것을 비롯하여 잘나가는 IT의 대표적 기업인 애플 역시 일부 부문 축소에 나섰다. 소비위축과 고용감소를 동반한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비한 사전 포석이다.

경기 침체를 알리는 움직임은 기업의 투자 축소나 보류만이 아니다. 금융시장은 이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금융긴축과 금리 인상으로 채권금리 급상승에 따른 채권 가치 급락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 상반기(1~6월)에만 17조 달러나 ’증발‘했다. 블룸버그 세계 채권 종합지수 역시 12%나 하락했다. 이는 1997년 금융위기 때의 6%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집계에 따르면 세계 채권 잔고(2021년 말 기준)는 1백 42조 달러였으나 올 6월 말에는 1백 25조 달러로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중국이 보유 미국 국채를 내다 파는 바람에 12년 만에 보유잔고가 1조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채권시장의 이러한 동향은 ’채무의존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뜻하며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음을 본다.

그렇지 않아도 핵심산업인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칩4 동맹‘참여압력을 비롯하여 중국경제 쇠락에 따른 성장동력 약화 등 우리 경제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하나같이 힘에 부치는 것뿐이다. 이 모든 것을 단칼에 해결할 묘약이 없다면 부문별로 하나하나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번 감세안은 그중의 하나일 뿐 전방위적 대책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만이 아니라 힘겨운 유산을 물려준 거대 야당도 일단 현실부터 진단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할 것이다. gt21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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