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추진 평행선 국면에 역제안 카드 제시
주호영 "예산 처리 후 국정조사할 길 찾아보자"
의총서 '불가' 입장 냈지만 민주당에 타협안 제시
민주당, 불수용시 예산안 처리 지연 역풍 가능성
野, 24일 본회의 처리 고수…"특위 명단 제출하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주 원내대표, 김진표 국회의장. [사진=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주 원내대표, 김진표 국회의장. [사진=뉴시스]

[팩트인뉴스=박숙자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압박으로 수세에 몰렸던 국민의힘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 이후 국정조사를 논의하자는 역제안을 내놓으며 공을 민주당에 넘겼다. 민주당은 전향적인 입장 변화라고 평가하면서도 여당에 국정조사 대상과 기한 등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압박하며 내부 검토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정조사 불가 방침을 고수하며 야당과 극한 대치를 벌여온 국민의힘이 막판 협상에서 역제안 카드를 꺼내든 표면적 이유는 난항을 겪는 예산안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속내엔 야당이 이번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예산 처리 지연에 따른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선 국정조사에 양보한 명분을 쌓을 수 있고 야당이 거부하면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 볼 게 없다는 관측이다.

야당이 과반 의석을 무기로 윤석열 정부 주요 과제와 핵심 사업 예산을 칼질하는 상황에서 국정조사 제안을 끝내 거부할 경우 예산안 심사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일단 국정조사에 대한 협상의 여지를 열어 놓고 야당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게 여당의 전략으로 읽힌다.

2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 기간이 국정조사와 섞이는 것은 맞지 않고 예산안 처리 후 합의해서 국정조사를 할 길을 찾아보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저는 국정조사를 합의한 적이 없고, 합의에 의해 국정조사를 하자는 (입장)"이라며 "12월 2일까지 예산처리 시한이고, 12월 9일까지는 정기국회 중이기 때문에 이 기간 중 국정조사와 섞이는 건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수사 우선'이라는 기존 방침은 유지하되 국정조사 참여를 전제로 법정 기한 내에 예산안 처리를 민주당에 요구한 것이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예산도 제대로 심의해서 통과해야 하는 부담도 있고 법안도 야당 협조 없이 지금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야당은 국정조사를 본인들 스케줄대로 하겠다고 하는데 거기에 (우리가) 다른 것을 계산해서 (제안한 게 아니라) 참사의 실체적 진실규명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방해 요인이 될 만한 것들은 안 해야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예산 심의인만큼 우선 예산 심사를 통과하고 수사 결과가 미진하면 가급적 협의해서 하자는 입장"이라며 "여당으로서 내년 살림을 꾸려야 하는데 제 날짜에 못 하면 안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당이 국민의힘의 제안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야3당은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처리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동 후 "시간 끌기용이 아니라면 내부 의견을 검토하겠다"면서도 "24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국정조사 계획서가 확정될 수 있도록 절차를 밟아줄 것을 의장에게 말씀 드렸다"고 본회의 처리를 재확인했다.

박 원내대표는 "24일 본회의 처리를 위해선 내일까지 명단이나 의견을 제출해야 특위가 모레 회의를 열어 위원장과 간사 선출과 함께 계획서에 대한 안을 마련하고 본회의 상정 절차를 밟지 않겠나"며 "국민의힘이 내일이라도 동참한다면 함께 국정조사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 설득도 숙제다. 이날 회동 전 의원총회에서 주 원내대표는 현재 예산안 협상 문제를 들며 국정조사 수용 여지를 시사했지만 친윤계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부에서조차 타협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타격이 불가피 해보인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제 당내 의견을 다시 수렴해야 한다"며 "예산 처리 후 국정조사 입장은 회동 자리에서 (주 원내대표가) 말씀하신 거고 당에서 의견이 모아진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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