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73 '안들어왔다'→'들어왔을 가능성 있다'로 발 바꿔
합참 요원이 판독 번복…북한 무인기 침투 가능성 있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김승겸 합참의장. [사진=뉴시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김승겸 합참의장. [사진=뉴시스]

[팩트인뉴스=박숙자 기자] 지난달 26일 한국 상공을 침범했던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진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군은 당초 대통령실을 기준으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에 진입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부인했지만, 이번 발표를 통해 북한 무인기가 P-73에 진입했던 것으로 분석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26일 서울에 진입한 적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주부터 진행된 전비태세검열실의 현장조사에서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용산 집무실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 구체적인 항적에 대해서는 군사보안상 말씀드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합참의 이번 말바꾸기로 인해 군의 신뢰도가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 군은 지난달 26일 남하한 북한의 무인기 5대 중 1대가 서울 상공까지 진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서울 상공으로 진입한 북한 무인기의 항적에 대해서는 은평구와 강북구, 성북구 등 서울 북쪽만 지났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합참에서 보고한 비행궤적을 보니 은평, 종로, 동대문, 광진, 남산 일대까지 온 것 같다. 용산으로부터 반경 3.7㎞가 비행금지구역이다. 그 안을 통과했을 확률이 높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 의원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4성장군 출신으로,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다.

비행금지구역은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 설정된 구역으로,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 인근 3.7㎞ 구역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금지구역은 용산구와 서초·동작·중구 일부를 포함하고 있으며, 비행금지구역의 기준은 용산 전쟁기념관과 대통령 관저 인근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우리 군은 '정치공세'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합참 관계자가 직접 대국민 상대 브리핑에 나와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한 바 없다. 근거 없는 주장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 결과 북한의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 북쪽으로 진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합참 작전요원은 레이더에 탐지와 소실이 반복됐던 미확인 비행물체의 항적을 북한의 무인기로 판단하지 않았다. 탐지레이더에는 무인기 외 새떼, 풍선 등의 물체도 함께 식별되기 때문에, 북한 무인기로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가 28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 사진. [사진=합동참모본부]
합동참모본부가 12월 28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 사진. [사진=합동참모본부]

이후 합참은 전비태세검열실의 정밀조사 결과 해당 항적이 북한의 무인기일 가능성이 높아 기존의 판단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자료 사진에도 북한의 무인기는 서울 북쪽이 아니라 은평·서대문·종로·성북·동대문·중랑구 등 서울 도심을 통과한 것으로 표기됐다.

그럼에도 우리 군은 '대통령실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이 뚫렸음에도, 대통령실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다른 합참 관계자는 "대통령실, 용산 집무실에 안전을 위한 거리 밖이었다"라고 누차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만 해도 P-73에 진입한 상황이 100여 건 이상이었다. P-73에 들어온다고 해서 모두 격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행금지구역에 들어왔다 해도 용산 대통령실에는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용산 인근 상공에 들어왔다는 지적도 절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당시 북한 무인기가 용산 인근을 촬영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촬영할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북한 무인기에 카메라가 달렸는지 여부에 대해 확신할 수 없지만, 촬영을 위해서는 원격으로 카메라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을 것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상공을 침투한 북한의 무인기는 3㎞ 고도에서 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합참은 이날 오후부터 합동방공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훈련은 지난달 합참의장 주관으로 실시했던 합동방공훈련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무인기 침투를 가정한 상황에서 실시된다.

지난 훈련에는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와 각 군단, 공군작전사령부, 육군항공사령부 등이 참가했으며 KA-1, 아파치·코브라헬기 등 20여 대의 주요 전력이 참여했다.

다만 지난 훈련에서 북한 무인기 도발 상황에 맞춰 비사격 훈련이 진행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실사격 훈련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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